'거기 행복이 있었네.'
고교동기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수필집이다. 친구는 수필이라는 장르의 글쓰기에 있어서는 늦깍이다. 2017년 '현대수필'을 통해 등단을 했고, 그 이듬해 첫 수필집을 냈다.
친구는 세무공무원을 오래 했다. 고위직에 있다가 지금은 세무법인을 운영 중이다. 그랬던 친구가 2018년 수필집을 낸다고 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친구가 이제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친구가 보내 준 책을 일견한 소감은 이렇다. 첫 수필집보다 글이 세련됐다는 것. '세련' 운운이 첫 수필집이 촌스러웠다는 뜻이 아니다. '세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글이 진실되고 부드러워졌다는 것인데, 무엇보다 글에서 주변들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읽혀진다는 것이다.
친구는 세무공무원으로서 민생과의 어려웠던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예컨대 밀주 단속 얘기를 담은 '어머니의 거짓말'에서는 그 시절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단속이 주업무였던 세무공무원들과 민생 간의 '전쟁'을 담담하게 그리고 맛깔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임 시절 자신의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친구인 작가는 "나는 딱딱한 세법 밖으로 가끔 외출해 인문과 밀회했다"는 서문의 말로 자신이 '경계인'임을 자처하고 있다. 일과 글쓰기의 경계에 있어왔다는 얘기다. 이 말로 유추해보자면, 친구는 세무공무원이었을 때도 그랬을 것 같다. 말하자면 공무원으로서 세금 거두는 일과 민생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경계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친구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수필집으로 친구는 이미 글을 쓰는 작가의 경지로 넘어왔다. 친구는 또 세무법인을 운영하면서 민생과의 소통을 더불어하고 있으니 오랜 직업인으로서의 민생과의 경계도 허물었다. 그러니 친구는 이제 경계인이 아니다. 이런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인문과 직업 모두 한 곳에 안착한 '정주인(定住人)'인 것이다.
친구는 이제 사도 바울이나 마호메트의 교조적인 곳이 아닌,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것을 낳게하는 호메로스의 인문의 영역으로 이미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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