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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aste86

전 복 죽 오늘 아침 일찍 시도해 본 전복죽. 그저께 마누라가 끓여준 그 맛이 생각나 해 본 것인데, 물론 혼자 한 게 아니라 마누라가 곁에서 도왔다. 두어 시간 걸렸는데, 생각보다 까다롭고 인내를 요구한다. 마누라 점심 용으로 한 그릇 덜어내고도 큰 냄비 가득하다. 그래봐야 전복 중짜 4개와 계량컵으로 찹쌀과 맵쌀 한컵 분이다. 좀 희한한 것은 생각보다 찹쌀과 쌀이 많이 불어난다는 것인데, 그런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동네 '본죽' 집 전복죽 한 그릇 값이 11,000 원이던데 한 서너 그릇 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으로 감사하게 삼아 먹어야겠다. 2021. 2. 1.
콩잎이 중국産, 국내産? 얼마 전에 콩잎된장 장아찌에 관한 글을 포스팅한 후 그에 대한 공감과 문의의 글이 더러 있었다. 콩잎된장 장아찌는 어릴 적 경상도에서 살았던 분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밑반찬이다. 그러니 그 장아찌에 대한 추억담 같은 것을 많이 들려주셨기 같이 공유하기도 했다. 내가 원당시장에서 산 콩잎된장 장아찌의 콩잎 원산지에 관해 묻는 이들도 많았다. 대개는 국내산이라기 보다는 중국에서 재배된 것으로 아예 단정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장아찌를 살 적에 그에 대한 생각이나 의문은 없었다. 그저 ‘콩잎’이라는 반가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중국산일 것이라는 지적에 전혀 신경이 안 쓰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없는 처지라 그것과 국내산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나로서는 그냥 옛 .. 2021. 1. 26.
정초 연휴 와인 한 잔 정초 연휴 이 시각, 집에서 술 한잔 하고 앉았다. 와인. 마누라가 나더러 ‘기특’하다고 사준 와인이다. ‘기특’이 좀 유의미하다. 밖에 나가질 않고 술 안 마시니 그렇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롯데에서 샀으니까, 당연히 말벡(Malbec)이다. 트리벤토 까베르네 말벡(Trivento Carbernet Malbec). 말벡을 왜 ‘롯데 와인’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게 알고있다. ​ 와인 맛도 그게 그거다. 각자들 입에 맞는 기준이 다르니까 각자들의 맛이라는 게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나로서는 그런 게 딱히 없다. 그저 입에 감기고 잘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한 때는 와인 감별사 노릇도 했고 좋다는 것도 마셔봤다. 말벡이 아르헨티나 와인이니 생각난다. 1996년 그 나라에 갔을 때, 그 .. 2021. 1. 3.
콩잎 된장 장아찌 콩잎 된장 장아찌. 오늘 원당시장까지 그여코 갔다. 얼마 전에 갔더니 이거 파는 반찬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다. 콩잎 된장 장아찌는 원당시장을 통털어 그 집에만 있다. 오늘 가서 그 얘길 했더니 매주 수요일은 시장에 나오질 않는다며, 주인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는다. 그 웃음이 좀 애매하다. 그러더니 아저씨, 경상도지요 한다. 아주머니의 말투도 경상도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런다. 콩잎 장아찌 이거 사러 오는 아저씨들이 더러 있는데, 하나같이 경상도라는 것. 아무튼 나는 이 아주머니의 콩잎 장아찌가 맛있다. 콩잎에 버무려진 된장도 토속 경상도 맛으로, 어릴 적 어머니가 담가주던 딱 그 맛이다. 나이들면 식탐이 다스려질 줄 알았는데 잘 안 된다. 먹고싶은 건 어떻게 해서라도 먹어야 하는 고집은 오히려 더 늘었다.. 2020. 11. 30.
김 치 집에 김치가 풍성하다. 밥 먹을 때 어떤 김치를 먹을까 망설여질 정도다. 김장철, 이 집, 저 집 김치가 많은 탓인데, 아내에게 김치 싸주는 이웃들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장철이 아닐 때도 그렇다. 아내는 묵은지나 갓김치 등도 곧잘 얻어 와 입을 풍성하게 해 준다. 김치는 오로지 집에서 담근 것만 먹었던, 아니 먹어야 한다던 오래 된 나의 습성과 관점으로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그에 많이 무디어 졌다. 은근히 다른 집 김치를 궁금히 여길 때도 있으니 말이다. 집에 이 집, 저 집 김치가 많으니 이런 문제가 있다. 우리 집 김치에 대한 정체성이 뭔가를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아내는 서울사람이다. 경상도 출신인 나와는 미각적인 측면에서 많이 달랐다. 김치도 마찬가지.. 2020. 11. 26.
입 맛 부질없이 나이만 먹어가며 생기는 이상한 증상이 여럿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입맛도 그 중의 하나다. 그에 관해 얘기하자면 이렇다. 도무지 그동안 주-욱 내가 갖고있던 그것이 아닌 것이다. 뭘 먹어도 그렇다. 아내가 내 좋아한다고 싱싱한 산더덕을 무쳐 놓았는데도, 강원도 땅 그 질팍하고 짙은 향을 못 느낀 채 그저 사각사각 씹히는 맛으로만 먹고있을 따름이다. 어제 원당시장엘 갔더니 싱싱한 갈치가 눈에 띄었다. 옳지, 저 놈이면 내 입맛을 돌아오게 할 것이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구워 밥상에 놓은 갈치를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한 점 저며 입에 넣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예전의 그 맛이 없다. 그저 짭쪼롬할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하찮은 내 입맛엔 갈치구이가 기중 나았다. ​ 저녁답에 막걸리 '혼술' .. 2020.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