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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지갑 분실과 습득, 그리고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stingo 2022. 11. 1. 17:31

이걸 전조라 해야하나. 아침 일찍 불당골로 가면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손바닥 크기의 카드지갑이 오늘따라 자꾸 이상하게 걸리적거렸다. 뭔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 지갑이 들어갈 마땅한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왜 이럴까하면서 그러다 점퍼 류의 겉옷 안 쪽에 받쳐입은 쉐타 왼쪽 호주머니가 좋을 것 같아 거기에 집어 넣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들어가지가 않았다. 그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호주머니와 잠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잘 들어가질 않는다는 건 꺼집어내기도 불편하다는 것인데, 그래도 거기에 굳이 집어넣으려했던 건 뭐랄까, 일종의 ‘균형’ 때문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왼쪽 주머니에 무엇을 넣었으면 오른 편에도 넣어야 하는 것인데, 겉옷과 바지는 이미 균형을 맞춘 상태였고, 카드지갑 하나만 어디에 넣을까를 생각하다 안 옷 왼쪽 가슴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불당골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이어서 혼자 하는 게 체력운동이다. 거기 각종 운동시설을 이용해 하는 것인데, 그래봐야 가슴 완력과 다리 운동이다. 몇 주를 계속하니 운동량도 늘고 그에 따른 나름의 효과를 느끼는 것 같아 한 30분 정도 열심히 한다. 마무리 단계로 거꾸로 매달리기를 한다. 발걸이에 발을 끼운 채 누워 기구를 당기면 수직으로까지 거꾸로 매달려지게 하는 운동이다. 그 운동을 10분 정도하면 가뿐해진다. 호흡이 좀 가다듬어진 후 약수터로 가 물을 한 바가지 마셨다.

그리고 한 10여 분 주변을 걸었는데, 어느 지점에선가 뭔가 왼쪽 가슴 쪽 한 구석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가슴 한 구석? 거기엔 뭔가 들어있어야 할 호주머니가 있는 자리다. 그게 허전하다는 건 들어있어야 할 그 뭔가가 없어졌다는 것 아닌가. 맞았다. 그 호주머니에 넣어놓은 카드지갑이 없어진 것이다. 그럴리가 하는 생각에 몇번을 뒤지고 또 뒤지고, 다른 호주머니들도 탈탈 털어보았으나 카드지갑을 사라지고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렸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걸 분실한 연후에 일어날 여러 복잡한 일들이 왈칵 머리 속에 들이닥치면서 갑갑해졌다. 우선 신분증. 당장 동사무소에서 몇 가지 증명서를 끊어야하는데 필요한 것인데, 그게 없다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신용카드 석 장. 하나는 아내 것인데, 이 거 분실신고는 아내가 해야하는 것 아닌가. 아내는 그러라 하면 짜증을 부릴 것이다. 내 것 두 장도 신고를 해야하는데, 전화번호도 찾아야 하고 등등.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 지갑을 어떻게 잃어버린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 봤다.

안 쪽 쉐타 왼쪽 호주머니에 넣은 건 분명하다. 그 호주머니엔 단추가 없다. 그러니 내가 꺼집어내지 않는 한, 또는 내가 거꾸로 매달리지 않는 상태가 아닌 한 제 스스로 흘러내릴 가능성은 없다. 근데 내가 거꾸로 매달린 상태가 된다면… 그 생각과 동시에 내가 부리나케 뛰어간 곳은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가 있는 장소였다. 지갑이 흘려내려 땅에 떨어졌다면 필시 그 운동기구 주변에 있을 것이다. 샅샅이 뒤지고 찾았다. 그러나 지갑은 없었다. 몇 번을 더 그 주변을 뒤지고 다녔으나 끝내 보이질 않았다. 누군가가 주워갔을 것이다. 그러면 혹여 분실물을 습득해 놓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체력장을 관리하시는, 다소 안면이 있는 어르신 한 분이 있다. 마침 그 분이 눈에 보였다. 혹시 분실물… 하면서 말을 꺼내자 마자, 그 분 대답이 이랬다. 자신 주워서 공원관리사무소엘 맡겼다는 것. 그렇게 해서 나는 부리나케 관리사무소로 갔고, 거기서 지갑을 찾았다.



지갑을 찾고나서 한 참을 좀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뭔가 어떤 단어가 생각 속에 머뭇거렸다. 그게 뭐였지, 뭐였지? 결국 생각해 냈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s).’ 이 단어를 떠 올리면서 이 단어가 머리 속에 머뭇거렸던 건 결국 내가 이걸 경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어떤 일말의 일치감 같은 게 느껴졌다. 어떤 일에는 그와 관련된 전조가 있다는 게 이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인데, 오늘 아침 일찍 평소와 다르게 카드지갑이 이상하게 걸리적거렸다는 것, 그리고 안 쉐타 왼쪽 호주머니에 집어넣느라 가던 길을 멈추고 한동안 서서 애를 썼다는 것, 그리고 단추없는 호주머니에 그걸 넣어놓고는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을 했다는 것. 이런 게 결국은 지갑 분실의 어떤 전조가 아니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지갑과 관련해서 연계지어지는 한 가지 일이 또 생각난다.

그 지갑에는 원래 도서관출입 카드가 두 장 들어있었다. 국회도서관과 동네 인근의 행신도서관 출입카드인데, 코로나 사태로 사용빈도가 떨어졌어도 계속 넣어다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출입카드 두 장이 감쪽같이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렸다기 보다는 사라져버렸다는 게 맞겠다. 카드를 통채 잃어버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드 안에 다른 것들과 함께 잘 들어있던 출입카드 두 장만 어느 날 사라버린 것에 대해 나는 몇 날을 그 행방, 혹은 분실했다면 어떤 경우였을까 등에 관해 생각을 해 봤지만 그 원인이나 동기 등에 대해 나름 합당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오늘 지갑을 분실했고, 또 그게 다시 찾아진 걸 놓고 가만 더듬어보면서 문득 그 일이 겹쳐 떠 올려진다. 아마도 이 또한 ’하인리히 법칙‘에 연계된 그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관련된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에 그렇게라도 해서 퉁쳐버리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