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의 수학 공부(?)
수학을 포기했던 이른바 '수포자'의 처지로 이 책을 본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인내심을 발휘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을 지은 김민형이라는 대단한 수학자 분도 나름으로는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의도가 책 머리부터 읽혀진다. 數學이 아닌 數式부터 앞세우는 것도 그렇다.

워즈워드의 시도 소개하고 스티븐 호킹의 數式과 관련한 재미있는 예도 소개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과학이나 문학 등도 數式을 도외시하면 그림없는 그림 책, 혹은 향기없는 꽃과 같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일단 수긍은 된다.
하지만 수식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피타고라스 정리' 부분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면서 뭐가 뭔지 요해가 잘 되질 않는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분명 배운 것이라 책에서 설명하는 게 대충은 뭐라하는 건 알겠지만, 완전한 이해는 쉽지않은 것이다.

그러니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이 이 쯤에서 책을 덮자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전 수학을 포기했을 때의 어떤 전철 같은 게 느껴져 과감하게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단 오늘은 책을 덮었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나름으로 완전하게 이해한 다음 다시 이 책을 볼까말까를 생각해 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저자인 김 박사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목도 모르는 워즈워드의 시, 그리고 김 박사의 번역이 참 좋다. '수포자'로서 특히 그렇다. ㅎ
The immeasurable height
Of woods decaying, never to be decay’d,
The stationary blasts of waterfalls,
And every where along the hollow rent
Winds thwarting winds, bewilder’d and forlorn,
The torrents shooting from the clear blue sky,
The rocks that mutter’d close upon our ears,
Black drizzling crags that spake by the wayside
As if a voice were in them
(썩어가지만 결코 전부 썩지 않을
헤아릴 수 없는 높이의 숲,
멈춰 선 듯한 폭포수,
좁은 틈새에서 계속 어쩔 줄 모르고 바람을 거스르는 바람,
맑고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급류,
귀 가까이에서 중얼거리는 바위,
목소리를 가진 것처럼 길가에서 말을 걸며 물을 튀기는 큰 바위들)
------------------------------------------- 이 글을 SNS에 포스팅했더니, 한 후배가 이런 댓글을 달고있다.
"그리스 신전의 열주 배치가 피타고라스 정리에 맞춰져있다는 얘길 듣고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밑변(간격):높이:대각선이 3:4:5의 비율이라네요."
그래서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것도 있고 해서 리플을 이렇게 달아주었다.
"밑변, 높이, 빗변의 비율이 3:4:5라는 것으로, 피타고라스 원리로 하자면 5제곱=3제곱+4제곱이라는 것인가. 그 원리에 대한 이해는 이 나이 머리로는 알듯말듯하고, 그저 수식이 그렇다는 정도로 알기로 하고..."
#수학#수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