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린 '이유'

stingo 2023. 3. 25. 17:35

엊저녁에 갑자기 지독한 감기몸살이 와 좀 앓았습니다. 
감기몸살은 보통 전조증이 있을 것인데, 그런 것도 없이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좀 살 것 같아 감기몸살이 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염색 탓으로 일단 추정을 했습니다. 
어제 일산으로 나가면서 지하철역 오목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불현듯 염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얀 머리에 후줄근한 입성이 완전 노인의 행색이었습니다. 
아무리 나 잘난 맛에 산다고들 하지만, 내 모습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일종의 배려인 셈이지요.
마음 먹은 김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 염색약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내의를 입고 할 수가 없어 그냥 홀랑 벗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또 말리느라 벗은 채로 거실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 때 감기에 걸리지 않았냐는 것이지요.
 
아무튼 어제 밤 잠자리에서는 내 귀에도 들릴 정도로 끙끙거리며 앓았고, 
그래서 비몽사몽,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 만에 염색을 했더니, 잘 되질 않습디다. 
사진에서는 보이질 않지만 특히 뒷머리는 염색이 되질 않아 
그냥 하얀 머리 그대로입니다. 아내가 그걸 지적하면서 궁시렁거리길래, 
그러면 한번 더 해야겠다 했더니 말립디다.

 

 

엊저녁에 엄습한 몸살감기가 홀랑 벗고 염색을 한 탓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 이유가 슬그머니 떠오르는 것입니다. 
오래 동안 하지 않던 일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말하자면 머리의 커패서티에 부하가 걸려서 몸살이 오고 
감기에 걸렸던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재경동문회 온라인 회보를 맡아서 했던 것인데, 
그걸 얼추 보름 만에 집필을 해치워버리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이 급해지고 그래서 서둘러 처리해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의 무리가 따르겠지요.
일을 어떻게 했다는 것 보다는 일을 일단 빨리 해치웠다는 쪽에 비중을 두는 것인데, 
이 또한 나이 듦의 한 징조라는 걸 나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