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

잘 떨어지지 않는 ‘기침’

stingo 2023. 5. 1. 15:12

기침감기 약이다. 동네병원에서 일주일 치를 처방받아 먹고있는데, 사흘을 복용했다.
약을 먹어도 그저 그렇다. 뜻뜨미지근하달까, 별 차도가 없다. 일주일 치를 처방받기 전에 먼저 5일 치를 먹었다.
하지만 낫는 것도 아니고 심해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그래도 먹는 게 나을 것 같아 복용하고 있다.  
이즈음 감기가 오래 간다는 말은 들었어도 내가 막상 당해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기침을 하고 콧물과 가래가 생기니 감기인 줄로 여기고 있고 또 병원에서도 별다른 말이 없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며 약을 먹고있기는 하지만,
이게 오래가니 지겹고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월 말 경 어느 날, 갑자기 온몸이 쑤시면서 기침이 나고 열이 났다. 몸살감기라고 여겼다.
좀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집에서 옷을 벗은 채 염색을 하는 등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 몸살감기는 맹렬했다. 자다가 신음을 낼 정도였으니, 여즉껏 그런 적이 별로 없던 나로서는 호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도 그때 병원을 가질 않았다. 약국에서 판피린 두 박스로 버텼고, 한 사흘이 되니 물러가는 듯 했다.
내 몸살감기가 떨어져갈 무렵 아내도 그런 증상으로 고생을 했다. 아내는 병원을 가 처방받은 약을 먹고는 이틀 만에 그걸 털었다.

그렇게 해서 몸살감기가 나로부터 떠나간 줄로 알았다. 헌데 그렇지 않았다. 4월 초순 들어 기침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느끼기에 잦은 기침이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으로 심하게 앓은 몸살감기의 후유증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다른 추측도 있었다. 내가 앓았던 몸살감기가 혹여 코로나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잦은 기침은 코로나 후유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일반 몸살이나 감기가 아니고 만약 코로나 후유증이라면 좀 골치가 아픈 게 아닌가.

그래서 동네병원을 찾았다. 병원 문진에서 내 추측을 말했다. 심한 몸살감기 후유증 혹은 코로나 후유증이 아니겠냐는 것.
병원 의사는 내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하면서 몸살감기의 후유증이라기 보다 새롭게 든 감기라는 진단을 내리고는 약 5일 치를 처방해줬고,
그걸 먹다 듣지를 않아서 앞에서 언급한대로  일주일 치를 추가로 더 처방받은 것이다.
그런데 의사는 슬쩍 지나가는 투로 이런 말을 한다. 잦은 기침이 안 떨어지면 혹여 기관지확장증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게 마음에 걸렸다.

병원 약 먹은지 이틀은 기침도 가라앉고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다 어저께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면서 기침이 또 잦아졌다.
그렇지만 어제도 잘 넘겼다. 그런데 오늘 아침이 또 그렇다. 새벽에 기침이 좀 심했다.
기관지확장증이라는 걸 검색을 해 봤더니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가 잦은 기침인데, 이른 아침에 심한 게 특징이라는 것이다.
오늘 점심까지 두 번 약을 먹었다. 기침의 전조가 목구멍 기도가 간질간질해지는 것인데, 그게 심하면 기침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이랬다 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다. 어쨌든 처방받은 저 약은 다 먹을 것이다. 그래도 약이 듣질 않으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쓸데없는 예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기침 하나로도 예민해지는 건 결국 나이 탓일 것이다.
생이 살아갈 수록 휴폐화되는 걸 느낀다는, 陶淵明의 옛 詩 가운데 한 구절인 ‘感吾生之行休’를 절감하고 있다.



#기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