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어떤 ‘당근’ 거래

stingo 2023. 5. 11. 10:16

집에 있는 운동화들이 둔탁하고 무거워 가벼운 것으로 하나 샀다. 당연히 ‘당근’을 통해서다.
사이즈가 250이니 없을 줄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거의 새 것 같은 나이키가 하나 나와있다.
한 번 신고는 작아서 내놓는다고 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름이 애매한 판매자는 집 이웃마을인 행신동이다.
‘당근’에서 많이 하는 ‘문고리’ 거래인 줄 알았더니 직거래를 원한다.




장소와 시간을 잡아놓고 나가면서 ‘당근’ 특성상 판매자가 젊은 남자인 줄로 알았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니 그런 사람은 안 보인다. 중년을 넘긴 듯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서 서성거린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겸연쩍은 웃음을 보내길래 내가 ‘당근’? 했더니 맞다고 했다. 나로서는 뜻밖의 거래자였다.
보따리를 받고 돈을 드렸더니, 아주머니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아들 녀석 것인데, 작다길래…

신발은 내 발에 딱 맞았고 편했다.
집으로 와 판매자가 궁금하고 왠지 자꾸 눈에 밟혀 검색을 해봤더니 판매물건이 여럿 수십가지다.
별 게 다 있다. 소형냉장고를 비롯한 주방용품과 전자제품, 그리고 신발에다 병풍에 서예작품 등까지.
그걸 보고있는데 아주머니로부터 고맙다는 채팅문자가 들어왔다.
나는 젊은 아들이 물건을 내놓고 엄마가 아들을 대신해 나온 것이라는 짐작이었는데,
그 앞의 여러 젊잖은 채팅문자들과 판매물품들로 보아 그게 아닌 것 같다.
그 아주머니가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추측이지만, 그렇다고 그 아주머니가 전문판매자라로 보였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저녁답에 집에 들어온 아내로부터 예상했던대로 한 말을 들었다. 무슨 ‘당근 중독자’도 아니고 운운…
그 아주머니 얘기 등을 했더니 아내는 이런다.
무슨 사정이 있어 그러는 거 겠지요. 앞으로 그런 물건은 사지 말아요.



#당근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