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노인냄새(old person smell)
나이를 먹으면 몸에서 냄새가 난다. 이른바 ‘노인냄새(old person smell)’라는 것인데,
대개의 경우 그 냄새를 본인은 잘 맡지를 못한다. 대신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잘 맡는다.
나의 경우 아내는 시도 때도 없이 그런다. 머리 감은지 하루밖에 되질 않았는데도 냄새가 난다 그러고,
속옷을 포함해 입성에 관해서도 냄새를 결부시켜 깨끗한 걸로 자주 갈아 입으라고 채근질이다.
나에게서 풍기는 노인냄새를 내가 맡지 못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자기 몸에서 나는 악취를 자신이 귀신같이 잘 맡으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와 관련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근자에 내 몸의 기능 중에 이상이 있는 걸 발견했다.
언제 적부터 그랬는지는 몰라도 냄새를 맡는 후각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걸 안 것이다.
이건 아내의 후각이 너무 밝은 것이어서,
나와 비교를 하며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내 후각 기능의 이상을 알아차린 것이다.
내 후각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고서 생긴 버릇 중의 하나는,
어떤 것이든 냄새를 맡으려 애를 쓴다는 것이다. 좀 지저분한 얘기지만,
외출 후 귀가해 양말을 벗으며 그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 냄새 조차도 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어 후각 기능에 이상이 오는 경우를 검색을 해봤더니,
대개는 노화에 따른 현상 중의 하나이고, 특별한 경우 치매의 전조 증상에 그런 게 포함되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이는 좀 신경이 쓰여지는 대목이었다.
나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내 후각에 이상이 생긴 게 어떤 한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좀 막연하지만 짐작되는 부분이 있었다. 십여년 전에 한 오른 쪽 어금니 임플란트가 상해 코쪽,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부비동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데 따른 증상이라고 보고있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새 임플란트를 준비하면서 찍은 엑스레이와 CT를 통해
염증으로 하얗게 변한 부비동을 확인할 수 있었고,
치과의사도 이런 경우 후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지난 4월 초 그 부위 임플란트를 새로 하면서 나는 의사에게 염증을 제거해달라고 했고,
그 결과는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확인을 했다. 하지만 부비동 염증을 제거하면 후각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아무런 호전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비인후과를 찾아 가볼까를 고려 중인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냄새를 잘 못 맡는다는 게 불요불급한 경우를 제하고 살아가는데 있어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그렇기도 하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위에 글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몸에서 나는 냄새와 관련해 나는 그저께 중인환시리에 ‘한방‘을 먹었다.
가라산공원에 나오시는 어르신들 가운데 나보다 5년 위인 해병대 출신 분이 계신다.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로 그에 따른 자부심이 대단한 분으로, 말씀에 거침이 없다.
여러 어르신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해병대 그 분이 갑자기 나를 지목해서 이러신다. 내 몸에서 좋지않은 냄새가 난다며,
어제 술을 마셨냐는 것이다. 나는 좀 뜨끔했다. 그 전날 술을 좀 마셨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한마디 더 덧붙인다. 술냄새도 나고 또 다른 냄새도 난다는 것인데,
나를 질책하는 투는 아니지만, 듣기에 그리 기분좋은 말은 아니었다.
나로서는 뭐라 할 말도 없고 그래서 그냥 쳐다만 보았는데,
아무래도 내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병대 그 분의 그 말 때문에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고, 그 후 자리가 파했다.
나는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내 몸에서 나는 그 냄새를 맡으려 애를 썼다.
아마 다른 행인들이 나의 그런 행동을 봤으면 우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맡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 냄새를 잘 못 맡는 게 나로서는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아래 사진은 ‘노인냄새’에 대해 챗지피티에서 만들어 준 이미지다)

#OldPersonSm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