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대청봉(大靑峰) 보름달

stingo 2020. 9. 9. 07:33

설악의 품 속이다.

한계령에서 중청봉(中靑峰) 가는 길.

끝청을 지난 어디 쯤일 것이다.

대청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아직도 올라야 할 저만치 남은 산길.

 

이 무렵이면 지친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턱에 차오르는 가쁜 숨.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멀리 하늘을 본다.

대청봉 하늘에 보름달이 걸렸다.

해걸음 무렵이지만 아직도 청명한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

 

둥근 달이 손짓을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오세요.

산길 발걸음을 다시 추스리자.

우리들이 오늘 머물 곳은 중청이다.

대청을 넘어 조금만 더 가자.

그 품에 안길 것이니. 

(20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