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story

서울驛의 詩, '눈물 밥'

stingo 2021. 11. 30. 12:10

이른 아침 서울역.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문득 詩 한편이 눈에 들어온다.

슬라이딩 도어 창에 붙어있는 시,

'눈물 밥.'

 

 

"청춘이 빠져 나가고 나면

찬밥 덩어리가 되지만

밥솥에서 김이 빠져 나가면

따뜻한 밥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었냐고 묻는

노모의 끝없는 염려가

어디서부터 왔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찬밥 되고 나서야 알았다

밥은 먹었냐는 소리 들을 때 마다

볼에 와 닿는 어머니의 환한 젖무덤

오장육부에 고이는 눈물"

(눈물밥/이병룡) 

 

 

이른 오늘 아침에도 지하철 통로, 찬바닥에는

주린 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장삼이사 노숙자들이

이부자리를 개기고 있다.

찬 바닥에는 그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찬 청소물이 뿌려져 있고.

그들에게 이 시는 어떤 의미가 될까.

찬밥덩어리 그들에게 이 시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될 수는 없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었냐고 묻던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는 귀청을 맴돌게 할 것이다.

그러나 쌩쌩거리며 지나는 열차,

그리고 무심한 시선들 속에 묻혀 버릴 것이다.

따뜻한 어미의 밥 한 그릇도 그렇게 그렇게 멀어져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