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

아듀! 나의 일산우체국 사서함15호

stingo 2022. 5. 19. 13:12

‘사서함 이용계약해지 안내문’
일산우체국에서 등기우편물 찾아가라기에 뭔가 했더니 이 거다.
한동안 깜빡 잊고 있었던 나의 사서함인데, 별 사용하는 흔적이 없으니 우체국에서 해지하라는 통보다.

우체국 온 김에 모처럼 사서함에 들러봤다.
15번이 내 사서함이다. 1998년부터 이용했으니, 이십수년이 지난 해 묵은 ‘나만의 우체통’이다.
세월이 그만큼 오래된 것이니 많은 사연과 추억이 담겼다.
이 사서함을 개설한 게 1998년, 일산 후곡마을 살면서 이베이(eBay)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 무렵이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해외에서 집으로 배송되는 아이템(클래식카메라)들에 대한 주변 눈치도 부담스럽고,
또 나름으로 절세를 도모하고자 하는 한 방편으로 택한 게 바로 우체국 사서함이었다.

15번 내 사서함은 일산우체국에서도 해외소포가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참 많이 배송돼 올 적엔 하루에 여러 개가 돼, 내 사서함 박스 하나로는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면 우체국에서 별도의 광주리를 사서함 곁에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러니 입소문이 나질 않겠는가.
그리 그리해서 나는 백수의 그 시절을 먹고 살았다.
이런 전성기의 햇수는 10년 정도이고 그 이후로는 좀 뜸해졌지만,
그래도 명맥은 유지돼 오다 결국 그 수명을 다 하게된 것이다.

사서함 전성기의 그 시절이 나로서는 행복한 시절이기도 했다.
소포를 찾으러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으로 달려갈 때의 부푼 그 기분.
이번에 받아보게 될 아이템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하는 그런 기대감.
그리고 15번 사서함을 열고 소포박스가 한 눈에 들어왔을 때,
그리고 그 박스를 열고 아이템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두근거림.
흡사 미지의 보물섬에 들어가 보물을 찾는 그런 기분이 나를 행복에 젖게했던 시절이다.

햇수로 쳐서 24년이니, 내 인생 3분의 1을 함께 해 온 나만의 흔적이고 나만의 역사다.
그것을 이제 지워 보내고 있는 것인데, 아쉽다.

아듀!나의 우체국 사서함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