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청 斷俗寺터 ‘정당매(政堂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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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청 斷俗寺터 ‘정당매(政堂梅)’

by stingo 2023. 3. 23.


익어가는 봄 날, 지리산 고장인 산청은 매화 향으로 가득하겠다. 
어딜 가나 매화가 지천으로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매화의 고장인 산청에서도 특히 자부심으로 아름다운과 역사성을 자랑하는 매화가 있다. 
이른바 '산청 삼매(山淸 三梅)'다. 
단성면 운리의 통일신라시대 옛 가람인 단속사(斷俗寺)터의 '정당매(政黨梅), 
남명(南冥) 조 식(曺植) 선생이 수식한 '남명매(南冥梅), 
그리고 원정공(元正公) 하 즙(河 楫) 선생이 심은 '원정매(元正梅)가 그 것이다.
 
이 매화들을 나는 예전 봄 날이면 여러 차례 보러가곤 했는데, 근년에는 가질 못했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와 다를 바 없이 코로나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즈음 산청의 이 매화들이 어떻게 꽃을 피웠을까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 중에서도도 단석사지 '정당매'가 특히 그렇다.

 

 

 

 

단속사지 ‘정당매’는 고려말기의 문신으로 단성면 남사마을‘원정매’를 심은 
원정공 하즙(1303~1380)의 외손자인 통정 강회백(1357~1402)이 
단속사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심었다. 나중에 과거에 합격하여 
종 2품인‘정당문학’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 이름을 따 ‘정당매’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원정매’와 더불어 후세에 이르러 ‘산청 삼매’중 하나로 불리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당매'는 외할아버지인 원정공 하즙의 매화에 대한 애정이 
남사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의 외손자인 강회백에게도 그대로 이어진 것을 느끼게 한다. 
600년이 훌쩍 넘은 세월에도 해마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찾게 하는‘원정매’와‘정당매’를 외조손이 서로 서로 남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지금 '정당매'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봄을 마지막으로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스럽게 그 해 봄 단속사지를 가 '정당매'의 마지막 매화를 봤다. 
하지만 '정당매'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산청군에서‘정당매’의 후계목을 주위에 심어 가꾸고있는데, 
나는 이 봄 그걸 보러 조만간 단속사지를 찾을 것이다.
 
사진은 2013년 마지막 꽃을 피운 '정당매'의 모습, 
그리고 산청 남사마을에 터를 잡아 살고있는 이호신 화백이 1998년에 그린 
「산청 단속사지 정당월매(政堂月梅)」인데, 여기에 ‘정당매’의 예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고매화의 아름다운 풍모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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