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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불면증 진료 일지 병원에 가면서 묻고자 하는 걸 미리 준비를 해갔다. 주치의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와서는 막상 묻고픈 얘기를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 약은 밤 취침 전에 먹는다. 그러니 책을 읽는다든가 아니면 다른 일에 빠져있을 때 곤란한 경우가 가끔 있다. 의사는 약을 먹으면 십여분 후 잠자리에 들라고 한다. 그러면 책 읽는 걸 무조건 관둬야 한다.내가 물은 질문 한 가지는 이렇다. 책을 보는데 약 먹을 시간이 임박했다. 나는 책을 더 읽고 싶을 경우 어떻게 하느냐인데, 이런 질문을 하면서 나는 불면증이 있기 전 가끔씩 책을 읽거나,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밤을 새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즈음 불면증 약을 먹으면서 그런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래서 물어보고.. 2026. 9. 6.
라디오 책을 본다거나, 글을 쓸 적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한다. 채널은 거의 항상 고정돼 있다. KBS 1 FM. 책을 읽는 가운데 료해가 안 된다든가, 글을 쓰면서 잘 나아가지 않을 때, 신경이 좀 예민해지면서 주변의 소리들이 신경을 건드리는 소음으로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라디오를, 특히 클래식 음악 듣는 이런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어떨 땐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하는 일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 좀 감상적인 글을 쓰고 있는데, 디누 리파티(Dinu Ripatti)의 쇼팽 연주곡이 나온다. 리파티 곡이 귀에 감돌면서 아, 저게 혹시 리파티가 죽기 전 마지막 공연에서 한 것이겠지라는 느낌과 함께 리파티의 측은한 ‘운명’을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글은 계속.. 2026. 9. 5.
제 자리, 제 주인을 찾아가 클래식 카메라 내가 15년 여 동안 갖고 있었던 카메라가 어제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러니까 내가 갖고있었던 것이라는 말은 정확하게는 보관하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어제 카메라를 돌려받은 ‘주인’은 나의 고등학교 4년 후배다. 나는 이 카메라를 15년 전 후배의 큰 형으로부터 받았다. 큰 형은 나의 중학교 한 해 위다. 그때 이 형 말씀이 이랬다. 집 장롱 깊숙한 곳에 놓여져 있던, 부친이 쓰시던 카메라인데, 이제 아버지도 많이 늙어셨다. 그래서 아무래도 필요로 하는 새 주인에게 가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준다고 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선배는 신문사를 나와 올드 카메라 수집 및 딜링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그 짓은 호구지책으로 봤던 것이고, 그래서 나를 돕고자하는 마음에서 나에게 선뜻 건넨 것이다.. 2026. 8. 27.
故 김인준 선배의 명복을 빌며... 그 선배를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이 기억이 난다. 20년도 더 된 옛날이다. 광화문 지하도 한 가운데서 그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뭔가 분을 못 이기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를 보더니, 내 이름을 가만이 불렀다. 나는 모처럼 뵙는 선배이기도 하면서 내 이름 불러주는 게 무척 반가웠다. 선배는 그러더니 나를 세워놓고는 뜬금없이 누구 누구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 욕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 당시 DJ 정권 하에서 잘 나가는 경제 관료였다. 나는 선배가 왜 저러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려는데 선배가 먼저 말을 꺼낸다. 그 녀석이 나하고는 고시 동긴데, 지는 장관이 되고 나는 이꼴이고... 그래서 분해서 광화문에 있는 인사위원회에 항의를 하고 오는 길이라 했다. 인사위원회라는 선배의 말에 당시 인사위.. 2026. 8. 26.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를 보고 영화 ’오디세이(The Oddyssey)‘를 안 보면 사람 취급을 못 받을 것 같아서 오늘 결국 보았다. 워낙 잘 알려진 스토리니까 뭐 별 새로운 걸 기대하고 본 것은 아니다. 우연히 본 이 영화에 대한 어떤 평론이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푸틴의 호전성을 나무라기 위한 영화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졌던 궁금성은 푸틴의 호전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걸 어떤 형식으로 그렸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는 스펙타클한 장면과 음향에 압도 당하면서 느끼질 못했는데,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이 영화가 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느껴졌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죽고 죽이는 살륙의 전쟁의 반대하는, 그리고 전쟁을 경고하는 반전의 메시지가 그것이.. 2026. 8. 23.
네잎 클로버 매일 걷는 아파트 뒤 산책 길에는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다. 어쩌다 드문 드문 지나치는 몇몇이 있을 뿐이다. 그 분들은 대개 대곡 역의 이른 전철을 타기위한 사람들이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나처럼 길을 오가며 산보를 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여인이다.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이다. 여름 철의 입성치고는 예사롭지가 않다. 두번 마주쳤을 때 눈 인사를 주고 받았던가, 아닌가. 세번 마주치려 했을 때, 그 여인은 길섶에 주저앉아 뭔가를 보고 있었다. 내가 길을 돌아올 때까지도 그 여인은 길섶에 주저앉아 있었다. 마침내 그 여인을 지나치려는데, 그 여인이 일어서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를 건넨다. 네잎 클로버였다. "가지세요." 나는 엉겁결에 받으며 한 마디 했을 것이.. 2026.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