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on210 남산 둘렛길을 걷다 서울에서 오래 살은 우리들에게는 그 연륜 만큼이나 익숙한 서울 남산이지만, 기실 오르고 걸어보는 건 좀 낯선 일이다. 마음 먹고 그러지 않으면 하기 쉽지도 않은 것이 남산 오르기, 혹은 걷기이다. 오늘 마산중학교 16회 동기친구들끼리 작심(?)들을 하고 남산길을 걸었다. 작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다소 자발적이고 의무적인 참여가 내포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오늘 남산둘렛길 걷기로 이번 달 정기모임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출구에서 만나 서울타워, 그러니까 옛 팔각정까지 걸었다. 3호선이고 동국대입구고 모두들 잘 알지만, 원래 늙은이들의 이런 모임에서는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용케들 시간에 맞춰 나와 예정된 시각에 올랐다. 옛 반공연맹을 지나고 국립극장을 지나면.. 2024. 11. 8. 호메로스, 호메로스 도서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불가피하게 책 한 권을 들고 갔었기에 그 책을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불가피하다는 건 다름이 아니라, 책을 신청해놓고 깜빡하고 있다 점심을 먹으러 지하로 내려가는데, 책이 도착했다는 발신음이 휴대폰에 왔고, 그래서 대출대에서 책을 급히 수령을 한 상태로 지하식당에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의 한적한 식당, 식탁 내 맞은 편에 노인 한 분이 밥을 먹고 계셨다. 책에 눈을 두고 뒤적거리는 상태로 밥을 먹고 있는데, 그 분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책인데,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밥을 씹고있었기에 말은 못하고 책 제목을 그 분께 보여드렸다. 호메로스, 호메로스… 그 분은 책 제목을 본 후 호메로스가 누구냐고 물었다. 솔직.. 2024. 9. 21. 1950년대 Canon Leica copy, ‘E.P’ 모델 카메라 오늘 ‘당근’에 올라온 1950년대 캐논 랜지파인더(rangefinder) 카메라. 흔히들 ‘바르낙카메라’로 부르는,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 카메라를 본 떠 만든 ‘라이카 카피’이다. 이 카메라는 1950년대 일본 주둔 미군을 위해 출시한 모델이다. 상판에 붉은 글씨로 ‘Exchange Post’ 이니셜로 ‘E.P. 라고 새겨져있는 것은 미군 PX 판매용이라는 뜻이다. 렌즈도 라이카의 리지드 즈미크론(Rigid Summicron)을 본떠 만든 Canon 50mm/f1.8이다. 미군을 겨냥해 출시된 것이지만, 일본의 라이카 매니아를 겨냥한 내수용으로도 적잖게 팔렸다. 판매자는 이 카메라를 35만원에 내놓고 있다. 구미가 당기지만, 이제 나도 그럴 시기는 지났다. 그래서 ’눈팅‘만으로 그쳤다. #CanonE... 2024. 9. 10. 아이패드2, 빈티지… 책상 한 구석에 버려뒀던 아이패드2가 나왔다. 큰 아이가 지가 써던 걸 나에게 준 게 2014년인가였으니, 10년 세월이 넘은 것이다. 작동이 될까하고 충전을 해서 켰더니 화면이 뜨고 움직인다. 깔려져 있었던 앱들이 많이 줄었다. 애플에서 자체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 앱 구동 속도도 처음엔 느리더니만, 시간이 좀 지나니 그런대로 잘 돌아간다. 페이스북 앱도 잘 된다. 네이버 등 포털과 언론사 앱을 다운 받으려 했더니 불가로 나온다. ‘호환’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애플의 정책이 그런 줄은 알고 있다. 몇 군데 검색을 해보니 ‘사파리’로 들어가 예전에 다운 받은 것을 구동하면 된다고 하길래, 그랬더니 구글도 가동은 된다. 그러나 버전이 옛 것이다. 옛 버전의 구글에 뉴스는 최신으로 볼 수 있다는 거, 그.. 2024. 8. 20. 국회도서관 ‘회랑 갤러리’ 국회도서관에 갤러리가 있다. 도서관 건물 안 특정한 공간에 마련된 갤러리가 아니고, 도서관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들의 집합체적인 의미의 갤러리인데, 그래서 ‘회랑 갤러리’인 것이다. 도서관의 ‘회랑 갤러리’에는 2층 사회과학열람실을 중심으로, 휴게실 공간을 포함하는 라운드 형의 복도 벽에 그림들이 걸려있다. 나는 여기에 이런 이름으로 갤러리가 있다는 걸 안지는 얼마 안 된다. 물론 예전부터 ‘회랑 갤러리’는 이 자리에 있었고, 도서관을 드나든지 10년을 넘긴 나도 복도에 그림들이 걸려있는 것을 알기는 알았지만, 그게 ‘회랑 갤러리’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점심을 지하식당에서 먹고 배도 꺼줄 겸 산보삼아 복도를 몇 바퀴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보다가, 여기가 ‘회랑 갤러리’라는 걸 알게된 건 얼마 되.. 2024. 8. 13. 홍승면(洪承勉) 선생의 <미식가 수첩>과 한 해프닝 오늘 도서관에 책을 보러 오지는 않았다. 쓸 글 때문에 왔는데, 점심 먹고 휴식을 취하는 어느 자리에서 앞 의자에 놓여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읽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판단했기에 책에 손을 댈 수는 없었지만, 나는 문득 그 책이 보고 싶어졌다. 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책 제목도 그렇지만, 책을 쓴 필자에 나는 더 관심이 갔다. 홍승면. 홍승면이라면, 예전 196, 70년대에 한국.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으로 활동한 언론인 홍승면(洪承勉; 1927-1983)선생이 아닌가 해서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문을 두드리던 그 시기, 홍 선생은 글 좋기로 정평이 나있던 분이었다. 이라는, 선생이 언론인 시절 썼던 글을 모은 칼럼집은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던 책으로, 나는 아직도.. 2024. 8. 3. 이전 1 2 3 4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