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98 저자거리 전주식당(1) 그럴듯한 대폿집을 찾아 능곡시장통을 헤매고 있었다. 이런 짓 해보기도 간만이어서, 선배와 후배, 나 셋이는 발품을 꽤나 팔면서도 낄낄대며 재미있어 했다. 동태탕을 잘 한다고 매스컴에 소개된 할머니식당으로 거의 합의를 보고 갔지만, 문이 닫혔다. 오후 4시까지만 한다고 대문 한 구석에 조그많게 적혀 있었다. 이제 그 위쪽으로 가면 여자들이 술 따라주는 이상한 술집들이 있는 곳이다. 거기야 갈 수가 있나. 그래서 아래 쪽으로 내려오다 ‘전주식당‘이라는 조그만 간판아래 숨겨진듯한 밥집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 아래 파는 음식들을 적어놓았는데, 가짓 수가 많다. 나는 조기구이를 보고 구미가 당겼다. 이제 저자거리를 갈만한 곳은 거의 다 다녀봤으니,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들로 모아지고 있는 터였다.주인.. 2025. 3. 16. 마산고 선배들이 대거 참석한 ‘3.15마산의거‘ 세미나 어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3.15마산의거‘의 현대적 의미에 관한 세미나.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3.15의거 65주년을 맞아 개최한 것이다. 사회학자. 역사학자. 법학자들이 발제를 하고 토론을 했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도화선 역할을 한 3.15마산의거이지만, 지금까지도 의거의 실체와 성격, 의미를 두고 아직까지도 논란이 적지않다. 이날 한 발제자는 3.15의거의 특성으로 독창성, 선도성, 확장성이라는 3대 요소를 제시하면서 부연 설명을 덧붙여 주목을 끌었다. 그렇지만 3.15가 4.19의 종속적인 개념이라는 기존의 관점은 여전히 두텁고 강고한 것이었다. 3.15와 4.19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민중시위라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어제 세미나에서는 .. 2025. 3. 12. <시편> 23장을 통해 보는, 지난 1000년 간 영어의 변천 달러가 전 세계 통화의 중심이고 토대가 되는 기축통화라면, 영어는 좀 무리한 표현이지만, 기축언어라 할만 하다.언어는 인간이 살아가는 시대의 산물이듯이, 영어 또한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시대를 거쳐 많이 변하면서지금 세계의 중심적인 언어가 된 것이다.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로 시작되는 성경의 23장은,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되는 구절이다. 지난 1천년 간, 영어로 쓰여진 성경의 이 23장을 통해 영어의 변천의 양상을 보며 그 해석 또한 사뭇 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뭐랄까, 예전 것이 자못 좀 거칠었다면 갈 수록 그 내용이 부드러워지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 속을 관통하는 의미는 달라진 게 없을 것이지만.1. 고대 영어(Old English; 800-1066)Dri.. 2025. 2. 9. 중국의 여론조작 매크로 AI, ‘목인(木人),‘ 혹은 ‘꼭두‘ (‘목인木人,’ 혹은 ’꼭두‘)요 며칠, 우리 중앙선관위에서 암약하며 부정선거와 관련한 공작을 일삼았던 중국 간첩들 얘기가 보도되면서, 이에 관련된 한 단어가 자꾸 귀에 감겼다. ’목인(木人)‘이라는 말. 이건 걔들 중국 간첩들이 부정선거 공작 외에 국내 여론 조작도 일삼으면서 AI를 이용한 매크로를 운영하면서 갖다 붙인 말이다. 이름하여 ’목인 프로젝트.’’목인’이라는 말이 언뜻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 또 어디서 들은, 좀 귀에 익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오늘 그게 생각났다. ‘목인,’ 그러니까 ’나무 사람’이란 뜻의 이 한자어는 나무로 만든 인간 형상을 얘기하는 것으로, ‘목우’라고도 하는데 순수한 우리 말도 있다. ‘꼭두‘라고 하는 것이다. 이 목인, 혹은 꼭두는 일종의 장.. 2025. 1. 21. 마산 선배의 乙巳年 새해 휘호 雪映一天春碧 雲浮四海淸暉 마산의 한 석태 형이 보내온 내년 己巳年 새해 휘호. "하얀 눈빛 머금은 하늘엔 봄이 푸르고, 구름 뜬 온 바다에는 맑은 빛이 감도네..." 정치는 썩었고 나라는 휘청거리고, 곳곳에서 백성들의 신음소리는 높아져 가고. 그러나 어쩔 것인가. 마다해도 다가올 새해, 그리고 그 속에 푸르른 새 봄 또한 천지를 감쌀 것이니. 그래도 다독일 것은 하나, 오로지 희망찬 내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니... 2024. 12. 25. 눈 오는 날, 필동에서 어제 눈 억수로 내리는 날, 필동선배와 필동 ‘옥가된장’에서 느지막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꾸무적한 잿빛 날씨, 바깥엔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내리고… 우리는 폴폴 끓고있는 우렁된장을 앞에 놓고 앉아 밥을 먹다 말고 한참을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우리 옆 좌석에 어떤 여자 분이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혼자 밥을 먹고있는 게 좀 쓸쓸해 보였다. 그러니 눈길이 자꾸 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밥과 함께 입에 술잔을 톡 털어 넣는 것이었다. 소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식당 분위기에 흔치가 않은 것이어서, 곁눈길로 슬쩍 식탁을 훔쳐 봤더니 소주 병이 특유의 파란색이 아니라 무색이었다. 그러면 그건 분명 36도짜리 ‘화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 저거 독한 소.. 2024. 11. 28.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