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93 눈 오는 날, 필동에서 어제 눈 억수로 내리는 날, 필동선배와 필동 ‘옥가된장’에서 느지막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꾸무적한 잿빛 날씨, 바깥엔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내리고… 우리는 폴폴 끓고있는 우렁된장을 앞에 놓고 앉아 밥을 먹다 말고 한참을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우리 옆 좌석에 어떤 여자 분이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혼자 밥을 먹고있는 게 좀 쓸쓸해 보였다. 그러니 눈길이 자꾸 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밥과 함께 입에 술잔을 톡 털어 넣는 것이었다. 소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식당 분위기에 흔치가 않은 것이어서, 곁눈길로 슬쩍 식탁을 훔쳐 봤더니 소주 병이 특유의 파란색이 아니라 무색이었다. 그러면 그건 분명 36도짜리 ‘화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 저거 독한 소.. 2024. 11. 28. 타자기에 대한 斷想 ‘변신’을 쓴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시쳇말로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였던 모양이다. 글을 펜으로 쓰지 않고 1900년대 초, 당시로는 필기의 신발명품인 타이프라이터, 즉 타자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타자기는 그 역사성에서 유명 제품으로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나 로열(Royal)을 그 원조로 치는데, 둘 공히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타자기를 만들어 출시했다. 그 타자기를 카프카가 그 시절 사용했다면 ‘얼리 아답터’의 측면 외에도 글쓰기 도구로서의 타자기의 이점을 일찍 알았다는 얘기가 된다.오늘 어떤 신문에서 카프카의 타자기 얘기를 쓰고 있다. 연인인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타자기로 썼다는 대목에서 카프카는 이렇게 말 한다. “타자기에 새 종이를.. 2024. 11. 26. 2024 중국 ‘광군제(光棍節)’서 구입한 제품들 11월 11일부터 18일까지가 중국의 ‘광군제’ 기간이다. 나는 ‘광군제‘가 뭔지 모른다. 듣기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중국의 최대 쇼핑축제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 먹고사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아 그저 그러려니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이 ‘광군제‘ 홍보광고가 하도 요란하고, 특히 유튜브를 도배하고 있기에 결국 내가 넘어가 버렸다. 말하자면 하도 광군제, 광군제 하길래 뭘 모르고 달려들어 엿보다가 그여코 알리익스프레서에서 제품들을 구입한 것이다. 알리 익스프레서에서 파는 건 중국제품 뿐 아니라 우리 국산제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두번 째 사진의 비타민C도 팔고있길래 아이쇼핑을 해보다 가격이 기존에 내가 산 것보다 훨씬 싸다는 걸 알고 구입했다. 비타민C 이것 빼고는 전부 .. 2024. 11. 18.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이 … 대곡역세권 개발 오늘, 아침부터 복덕방에서들 전화가 온다. 예전에 아파트 내 놓았던 걸 상기시켜주면서 지금 팔 의사가 없는지를 묻는다. 아니, 몇년 동안 꿈쩍도 않았고, 전화도 없었던 아파트를 왜 갑작스럽게 들먹이는가. 어저께인가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 때문이라는 걸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라산공원 어르신들 사이에서 그런 말들이 오갔다. 대곡역 역세권 그린벨트가 풀리는 게 그 분들의 화제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 바로 뒤 이십 수년 간을 걸어다니던 농로 곁 논밭이 전부 풀린다는 것이었다. 한 어르신은 나더러 술 한잔 사라고 했고, 나는 처음에 뭔지 잘 모르고 있다가 그게 그건지 알고 그냥 웃기만 했다. 사실 나는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겠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긴다는 게.. 2024. 11. 7. “쿠팡은 사랑!“ "쿠팡은 사랑이다!" 오늘 한 SNS에서 우연히 본 이 메시지가 나로서는 공감되는 바가 있다. 쿠팡 시스템 및 운영체계에 관해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어떤 아이템에 관심이 있어 클릭을 하면 작은 팝업창 같은 것으로 띄워서 보여주는 게 내 체질에 그닥 맞지않을 뿐더러, 쿠팡은 나같은 시니어들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오늘 새벽 우연히 내가 옛날부터 좋아하던 애프터세이빙 로션인 ‘스킨 브레이서(Skin Bracer)’ 할인판매 광고가 쿠팡에 떴다. 초록색 병의 그 로션은 나에게는 말하자면 추억의 아이템 같은 것이다. 두 병에 8천 얼마이기에 구매를 눌렀다. 그랬더니 무슨 쿠폰 같은 걸 받느냐는 메시지 창이 떴고, 승낙과 동시에 두어 번 창이 바뀌더니 구매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나는.. 2024. 11. 6. 가라산공원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오늘 아침 가라산공원 어르신들은 저마다들의 스마트폰에 담겨진 사진들을 앞다투어 보여줘 가면서 얘기하기에 바빴다. 무슨 사진들인가 했더니, 저마다들의 영정사진이다. 갖고있는 그 사진이 왜 자신의 영정사진이어야 하는지 등, 듣기에 적잖게 과장이 보태진 얘기들이 구구절절했다. 한 어르신은 며칠 전 자신의 팔순잔치에서 누가 찍어준, 친지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잔뜩 들고 함박 웃음을 짓고있는 사진이 마음에 꼭 들기에 영정사진으로 삼았다고 했고, 또 해병대 출신 한 어르신은 어제 길거리에서 산 도리우찌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이 지금껏 찍은 그 어떤 사진보다 마음에 든다면서 그걸로 영정사진으로 삼으려 한다고 했다. 영정사진이 없는 분들에게는 그걸 만들어 준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면서 오늘 자리는 .. 2024. 11. 1. 이전 1 2 3 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