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ief30 어떤 祈禱 아침 산책 길, 저 멀리 앞에서 어떤 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알만한 분이다. 같은 아파트 동에 사시는 분인데,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후유증이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함께 타고 올라가면서 내가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쓰러지신지 얼마나 됐는가를 물었던 것인데, 그 분은 안면근육을 실룩이면서 어렵게 대답을 했다. 2010년. 그러니까 아주 짧은 단답형의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서 14년 째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지기 전 그 분은 활달했다. 무슨 사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제 보아도 활기가 찼고, 인사도 먼저하고 말을 거는 등 아주 적극적인 분이었다. 그 분과는 1997년 우리 아파트 입주를 같이 했으니, 이른바 원주민 처지로서 남다른.. 2024. 11. 24. 안상인 요셉 신부님 안상인 요셉 신부. 나는 여즉껏 차 씨 성의 신부로 알고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안 씨 성의 신부님이었다. 잊을 수 없는 분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45년 전인 1979년 11월 18일 나에게 세례를 주신 분이다. 그 때는 지금의 대치동 성당을 짓기 전 도곡동 천막성당 시절이었는데, 나는 퇴계로 사무실에서 퇴근을 한 후 버스를 타고 한남대교를 지나 도곡동 성당에서 교리 수업을 받았다. 도곡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건 아내 집, 그러니까 처가가 도곡동에 있었기 때문이었고, 1980년 1월 결혼 후 이 동네로 이사를 와 도곡동 성당엘 다녔다. 안 신부님이 나를 기억하실리야 없을 것이지만, 나로서는 잊을 수 없는 분이다. 도곡동 천막성당 다닐 때 에피소드가 몇몇 있다. 결혼을 앞두고 혼배성사 전 신.. 2024. 9. 15. 성경에서의 ‘condemn’ 또는 ‘condemnation’ 영어성경 쓰기를 하면서, 생경하게 와닿는 단어들이 많다는 걸 느끼면서 뭔가 나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든다. 지금껏 잘 알고 많이 사용하기도 한 어떤 단어에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것 같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 그렇다. 이를테면 condemn이란 단어가 그렇다. 이 단어가 영어성경에 많이 나온다. condemn은 주지하다시피 우선적으로 '비난하다' 뜻의 단어로 많이들 알고있다. 그런데 '단죄(斷罪)한다'는 뜻이 담겨져있는 걸 보고 나는 마치 처음 안 것인양 느껴지는 것이다. 단죄한다는 뜻이 영어성경에서는 '정죄(定罪)한다'는 뜻의 condemn으로 적혀지고 있는 것인데, 명사는 물론 condemnation이다. condemn이나 condemnation 이 단어들은 특히 .. 2024. 9. 14. 2000년 전 사도 바울이 지중해서 만났던 태풍, ‘유라굴로,’ 혹은 ‘northeaster’ 가라산 공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가운데 장로님이 한 분 계신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폭염에 모두들 더워하는 와중에 나에게 “아, 유라굴로라도 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라굴로? 그 게 뭐냐고 내가 물었다. 장로님은 싱긋이 웃으시며, 아니 영어성경 쓰기를 하면서 을 끝냈다고 하더니 유라굴로를 모르시오?라고 반문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충청도 공주 출신인 장로님이 느릿느릿한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아, 거시기 사도 바울이 로마로 배를 타고 호송돼 갈 적에 만났던 그 무시무시한 태풍있잖어유, 그게 유라굴로 아니요? 거시기 영어성경에도 나오는데…” 나는 우리 대화를 듣고 계신 여러 어르신들을 보면서 갑자기 무안해졌다. 영어성경 쓰기 하는 걸 내가 몇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 2024. 8. 5. 영어 성경쓰기 <로마서> 1장26절과 모 연예인 영어로 성경쓰기, 을 끝내고 이제 로 들어섰다. 오늘 이른 아침에 1장 26절을 쓰는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 the men give up natural sexual relation with women and burn with passion for each other. Men do shameful things with each other, and as a result they bring upon themselves the punishment they deserve for their wrong-doing (남자들은 여자들과의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포기하고 서로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서로에게 망측스러운 짓을 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스스로에.. 2024. 7. 27. “악마도 예수의 이름을 앞세운 가짜나 사이비는 싫어한다” - lessons from acts 19: 11-19 초짜로서 성경 읽기가 간단치 않다. 대목과 구절마다에서 자주 멈춰지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성경을 보고 읽는 것과 관련해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덮어놓고 읽어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19장 11절부터 19절까지는 유대인 대사제 스체바(Sceva)의 일곱 아들들에 관한 얘기다. 이 아들들이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 성행했던 '구마사(驅魔師; exorcist)' 노릇을 하다, 악마(더 구체적으로는 악령에 씌인)에 의해 혼쭐이 난다는 줄거리다. 이들이 예수를 선포한 사도 바울을 흉내 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악령 들린 사람들을 치유하고 아픈 사람들을 낫게해주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령에 씌인 자가 이들 형제들을 만나서는 "나는 예수도 알고, 바울도 아.. 2024. 7. 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