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祈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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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祈禱

by stingo 2024. 11. 24.

아침 산책 길, 저 멀리 앞에서 어떤 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알만한 분이다.
같은 아파트 동에 사시는 분인데,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후유증이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함께 타고 올라가면서 내가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쓰러지신지 얼마나 됐는가를 물었던 것인데, 그 분은 안면근육을 실룩이면서 어렵게 대답을 했다. 2010년.
그러니까 아주 짧은 단답형의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서 14년 째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지기 전 그 분은 활달했다. 무슨 사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제 보아도 활기가 찼고,
인사도 먼저하고 말을 거는 등 아주 적극적인 분이었다.
그 분과는 1997년 우리 아파트 입주를 같이 했으니, 이른바 원주민 처지로서 남다른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분이 어느 날부터 보이질 않았고,
한참 세월이 지난 뒤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기 앞에서 오기에 나는 인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서로 마주칠 만한 거리에서 나는 인사를 하려 멈칫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이 갑자기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려 하늘을 바라다 보려 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겨울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깍깍 거리며 날고 있었다.
그 새들의 깍깍거리는 소리가 묘한 느낌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그 하늘 아래 마리아수도원 성당의 첨탑이 어우러지는데,
그것은 한폭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 분은 그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려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인사를 건네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 분은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 분을 쳐다보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그 분이 두 손을 얼굴 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기도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 분은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모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나도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정쩡하게…







#능곡마리아수도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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