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99 ‘옥 된장’에서 선배님과 막걸리 한 잔 필동 선배님과 오늘 점심 때 막걸리 한 잔. 임플란트 등 몸 상태를 포함해 술 마실 형편이 안 되지만, 매사가 좀 답답한 핑계거리가 돼 결국 막걸리로 심사를 달랬다.물론 그런다고 머리와 속이 풀릴 것은 아니지만, 필동 선배와 오랜 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막걸리 한잔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답답함을 그런대로 막걸리로 달랜 것이다. 선배님과 얘기를 나무며 내가 말이 많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 선배를 위해 지난 1년 간 한 일을 놓고 가시적인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건나보다는 선배님이 더 그럴 것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일들이 마땅찮은 것에 내 답답함이 결국 폭발했다고나 할까.이런 나를 선배는 캄 다운 시키려고 애를 쓰시는 모습이 역력했다.“영철아, 그냥 쉽게 생각하고 쉽게 가자…”나는 선배.. 2025. 7. 11. 가라산 공원 二題 (소녀들의 “까르르” 웃음소리)폭염이 가라산 공원이라고 피해 갈리야 없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마땅히 피할 곳도 없는 산 중에 갑자기 까르르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남여 중학생들이다. 인근 중학교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장소로 가라산 공원을 택한 모양인데, 사진을 반 별로 차례로 찍으며 모이고 오가더니 이내 공원 초입이 중학생들로 가득 찼다. 노인들만 주로 오르내리는 산 중에 어린 소녀들 웃음과 떠드는 소리로 흘러 넘치니, 산이 살아나는 것 같다. “가스네들 웃는 소리가 마치 갓난 애기 울음소리 같구먼…” 한 어르신이 학생들 웃음소리가 신기하게 들린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젊잖고 예쁜’ 치매 증상이라는 것?)80대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있다. 매사에 깔끔하고 단정한 할아버지는 그러나 그냥 언뜻 봤을.. 2025. 7. 9. 自 業 自 得 (자업자득)가라산공원의 한 나즈막한 언덕배기 한적한 벤치에 뭔가 놓여져 있다. 가만이 다가가보니 스마트폰이다. 청색 케이스라 눈에 잘 띄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치 평행봉 등 운동기구 앞에서 중년의 건장한 한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었고, 그 외 다른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나는 누군가가 벤치에 앉았다가 스마트폰을 두고 간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찾아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케이스를 열어보려는데, 어디선가 굵직하면서도 엄중함이 느껴지는 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거, 내껍니다.” 목소리 쪽으로 봤더니 운동을 하고있던 중년의 그 건강한 남자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그 당황함 속에는 내가 흡사 그 스마트폰을 탐내다가 들켜버린듯한 내 심뽀가 들춰진 것 같은 그런 것이었.. 2025. 6. 24. 북한산, 구기동, 막걸리, 모둠전 북한산에서 구기동으로 내려와 편의점에 앉았다. 목이 말라 시원한 막걸리가 마시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안주감을 기웃거려 봤으나 마땅한 게 없다.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어 편의점 바로 위 김밥집을 들렀더니 그게 있었다. 모둠 전이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앉았으니, 술판도 그렇고 마음도 푸짐하다. 한 며칠간 이런 저런 것들에 억눌렸던 머리도 좀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문득 자유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 것이 외양으로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막걸리에 모둠전이 푸짐하게 보여서일까,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번씩 쳐다보고 간다. 정말이지 오랜 만의 북한산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적에는 북한산을 염두에 두질 않았다. 전철을 타고 불광이나 연신내 시장에 가볼 요량으로 나왔었기에 그랬다. 불.. 2025. 6. 21. 친구가 준 난꽃 이종포라는 중학교 동기 친구는 좀 엉뚱한 데가 있다. 프로 바둑 실력에 난초 전문가인 이 친구는 친구들에게 난꽃을 자주 준다. 나도 한 서너번 꽃을 얻어 받았다. 친구는 초짜인 나에게 난꽃이 피어있을 때만 갖고 보라고 한다. 진득하게 키울 줄 모르는 나에 대한 친구의 일종의 배려다. 친구는 난꽃을 줄 적에 예고가 없다. 지 기분 내키는대로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어디 어디로 나오라 한다. 왜? 하고 물으면 난꽃을 주겠다는 것인데, 만나면 서너 개 화분의 난꽃을 안긴다. 오늘도 그랬다. 아침에 가라산공원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약수 전철역으로 오라고 했다. 왜? 했더니 난꽃을 주겠다고 했다. 웬 무슨 난꽃? 했더니 지가 며칠 전 나에게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인다. 나는 기억에 없는데… 말에 토를 달면 이.. 2025. 6. 12. 고교 재경동기 월례회, 그리고 정치 이야기 어제 꾸무적한 날씨의 사당동 일대가 좀 시끄러웠을 것이다. 경상도 마산 늘근이들 수십명이 모여 법썩거렸으니까. 마산고 29회 재경동기 월례회, 모두 34명이 모였다. 부산서도 오고, 대전, 세종에서도 왔다. 살아가는 흔적들이 점차 엷어져가는 나이들인데도 많이 모였다. 하기야 날도 그러니 그랬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 아닌가. 모두들 전과자가 대통령이 되려는, 그리고 이런 양아치가 휘젖고 설쳐대는 상황을 어이없어 하면서 마음들을 다 잡았다. 죽어도, 우리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재명이는 절대 안 된다는 것. 1차로도 마음이 안 차는 친구들끼리 모여들 앉아 맥주를 마셨다.옮긴 자리에서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두 친구 간에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평소 정치에 관한 말을 하지않던 한 친구가 한 .. 2025. 6. 3.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