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92 5월 13일 북한산행, 그리고 ‘처음처럼’ 어제 모처럼의 북한산 산행. 불광동 장미공원에서 올라 탕춘대 암문에서 상명대에서 오르는 친구들과 합류해 비봉 쪽으로 해서 사모바위까지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무산됐다. 모임의 회장인 친구가 오늘은 살살 둘렛길을 걷자고 제의했고, 다른 친구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탕춘대 암문에서 다시 장미공원까지를 걸었는데, 그러니까 나로서는 일종의 회귀산행을 한 셈이다. 위 사진은 장미공원에서 올라 첫 쉼터인 정자에서 북한산 연봉을 찍은 것인데, 족두리봉, 비봉, 보현봉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연봉 아래 엷게 드리운 구름이 오늘 날씨를 가늠케 했다. 더위를 예고하는 구름일 수도 있을 것이었지만, 나는 저 연봉들을 보며 일로 비봉능선 쪽으로 오를 나름의 계획을 세웠는데 결국은 무산되고 만 것이다. 북한.. 2023. 5. 14. 어떤 ‘당근’ 거래 집에 있는 운동화들이 둔탁하고 무거워 가벼운 것으로 하나 샀다. 당연히 ‘당근’을 통해서다. 사이즈가 250이니 없을 줄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거의 새 것 같은 나이키가 하나 나와있다. 한 번 신고는 작아서 내놓는다고 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름이 애매한 판매자는 집 이웃마을인 행신동이다. ‘당근’에서 많이 하는 ‘문고리’ 거래인 줄 알았더니 직거래를 원한다. 장소와 시간을 잡아놓고 나가면서 ‘당근’ 특성상 판매자가 젊은 남자인 줄로 알았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니 그런 사람은 안 보인다. 중년을 넘긴 듯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서 서성거린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겸연쩍은 웃음을 보내길래 내가 ‘당근’? 했더니 맞다고 했다. 나로서는 뜻밖의 거래자였다. 보따리를 받고 돈을 드렸더니.. 2023. 5. 11.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린 '이유' 엊저녁에 갑자기 지독한 감기몸살이 와 좀 앓았습니다. 감기몸살은 보통 전조증이 있을 것인데, 그런 것도 없이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좀 살 것 같아 감기몸살이 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염색 탓으로 일단 추정을 했습니다. 어제 일산으로 나가면서 지하철역 오목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불현듯 염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얀 머리에 후줄근한 입성이 완전 노인의 행색이었습니다. 아무리 나 잘난 맛에 산다고들 하지만, 내 모습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일종의 배려인 셈이지요. 마음 먹은 김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 염색약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내의를 입고 할 수가 없어 그냥 홀랑 벗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또 말리느라 벗은 채로 거실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 2023. 3. 25. 양효성 선배와 덕수궁을 걷다 어제 토요일 아침, 양효성 선배와 덕수궁을 걸었다. 세미나를 위해 천안서 올라오신 양 선배와는 5년 만이다. 양 선배와는 거의 반세기 전에 마산의 한 신문사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었던 것을 계기로 지금껏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양 선배는 사학을 전공하셨다. 그러기에 우리 역사, 특히 조선의 역사에 두루두루 해박하다. 덕수궁을 걸으며 특히 昔御堂과 직조당 앞에 서서 양 선배로부터 조선시대 이 두 건물에 얽힌 역사와 관련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그 중 하나, 덕수궁의 석어궁은 왕궁이 아니었다는 것. 그러니까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몽진 끝에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궁궐이 불타 없어졌기에 석어당에서 머물었다는 데서 석어당의 역사적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선조는 이후 여기서 죽을 때.. 2023. 3. 19. 모처럼의 종로 낮술 어제 모처럼의 종로 행. 김포 후배의 무사귀환(?)을 낮술꺼리로 삼아 0.1톤 일산 후배가 자리를 주선해 한 잔하려 나갔다. 종로통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종로 3가에 보쌈골목이 있다는 건 어제 처음 알았다. 한 낮인데도 손님들로 복작거리는데,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인근 파고다공원에 같이들 계섰던 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워 낮술을 즐기려 온 것 같다. 굴 보쌈이 싱싱하고 먹음직하다. 소주 안주로는 딱인데, 각 먹거리들의 비율이 좀 그렇다. 이를테면 푸짐한 돼지고기에 비해 생굴무침은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들은 그래서 생굴무침을 별도로 시켜먹었다. 소주 각 한병 씩 걸치고 거나한 채로 인사동 쪽으로 가 오랜 만에 학고재 골목을 걸었다. 이 골목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귀천’ 아닌가. 지금.. 2023. 2. 17. 고양 일산에 살다 고양에 산지 30년이 다 돼 간다. 1995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었을 때, 분당과 일산을 두고 아내는 저울질을 꽤 했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비튼 게 나다. 일산 쪽으로 가자는 것. 그래서 택한 곳이 고양의 능곡이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 아파트라는 걸 분양받았으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기분양이었던 것인데, 그걸 분양자들이 힘을 합쳐 이겨냈다. 물론 나도 그 때 힘을 보탰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근 30년 가까이 살고있는 게 지금의 아파트다. 분양받고 처음부터 그 아파트에 살았던 건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그걸 전세를 주고 일산 후곡마을로 전세를 가서 5년을 살았다. 거기서 일산이라는 곳에 정을 붙인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산을 좋아하고 아낀다. 내 중년의.. 2023. 1. 21. 이전 1 2 3 4 5 6 7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