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카테고리의 글 목록 (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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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92

종로(鍾路)에서 어제 모처럼의 종로 나들이에서 만난 풍경들. 탑골공원 쪽은 이러쿵 저러쿵 좋지않은 시선들의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노인들의 천국’이다. 거기를 지나면서 내 맘이 안온하고 푸근하고 소속감 같은 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일 것이다. 인사동은 이제 어디가 어딘지 지리를 잘 모르겠다. 예전이면 눈 감고도 갈 수 있었던 경인화랑이 어드메 있는지 찾아가느라 헤매기도 했다. ‘학고재’ 골목 안은 눈에 익은 곳이지만 한편으로 생경감도 든다. 옛날 변영아 시인이 하던 ‘시인과 화가’ 주점이 목순옥 여사가 하던 ‘귀천’으로 바뀐지는 오래 전이다. 그런데도 막상 그 앞에 서니 ’귀천’이 왜 여기에 있을까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 가고없는 사람들 탓일 것이다. 천상병, 목순옥, 변영아 등. 경복궁 역에서 노.. 2022. 5. 10.
임플란트 수술과 모짤트 임플란트 집도의는 여성 분이다. 구면이라 눈 인사를 주고받은 후 간호사가 수술준비를 하는 사이 그녀는 수술대 앞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방문을 여닫는 사이 흘러나오는 멜로디, 모짤트인가 브람스인가. 모짤트로 하자. 그녀가 나와 내 곁에 선다. 그리고 마취주사. 마취가 시작되는 그 사이 그녀는 다시 그 방엘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또 들려지는 클래식 선율. 그녀가 다시 나와 내 곁에 서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육중한 느낌이 드는 쇠붙이가 내 입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감사합니다… 지시대로 따르는 나에게 그녀가 하는 말은 오직 건성의 그것이다. 머리가 좀 흔들릴 겁니다. 간호사가 귀띰을 하자마자 시작되는 드릴링. 마취로 부어오른 목구멍이 호흡을 어렵.. 2022. 4. 28.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라는 것 오늘 7일이 '신문의 날'이라는 걸 조금 전에야 어느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이제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 시류에 둔감해졌다는 얘기다. 현직에 있을 때는 이 날이 이른바 '신문쟁이'로서 타 직종 종사자들과 달리 하루를 유일하게 쉴 수 있는 휴일이었다. 과천 살 적이었던 어느 해인가, 이 날을 맞아 혼자 관악산을 올랐는데, 산에서 같은 처지로 산에 온 안면깨나 좀 있는 '쟁이'들을 만나 서로들 겸연쩍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어떻든 내 직업의 끄트머리를 종이신문의 '쟁이'로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적성 상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신문사에서의 어느 해 이 날에 즈음해 맞아 칼럼을 썼는데, 지금 읽어보니 나의 종이신문에 대한 나름의 애정이 묻어난다. 그 글을 모 신문 사보에서 받아서 게재했다. 그런데 .. 2022. 4. 7.
아침 햄버거 아침 일즉 며칠 전 함께 술을 마신 군대후배로부터의 전화. 이런 저런 말 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괜찮느냐는 것. 단번에 알아챘다. 자기는 코로나에 걸렸는데 나는 어떻냐는 것 아니겠는가. 괜찮다, 그랬더니 “과연” 그런다. ‘과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같이 술을 마시다 자기는 걸렸는데, 나는 멀쩡한 것에 대한 일종의 투심일 수도 있겠고, 예전 군 생활할 때의 나를 떠올리며 견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괜찮다. 헌데 후배의 말을 듣고보니 요 며칠 새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침에 기침하면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좀 잦아졌던 것이다. 그럼 그게 나로서의 코로나 증세였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아무튼 후배도 며칠 지나면서 괜찮아졌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곁에서 후배와.. 2022. 3. 23.
抽刀斷水… 추도단수(抽刀斷水)… ‘칼을 뽑아들어 물을 벤다’라는 뜻의 李 白의 시 한 구절이다. 뒤에 이 말이 따라 붙는다. 수갱류(水更流), 물은 다시 흐른다. 그러니까 ‘칼을 들어 물을 베지만 물은 다시 흐른다’는 뜻인데, 쉽게 말해 ‘칼로 물베기’라는 의미다. 술 좋아하는 李 白이 이런 시를 쓴 나름의 배경이 있다. 한마디로 술 끊기가 칼로 물베기라는 것이다. 어제 술을 다시 입에 댔다. 나름 술을 좀 끊든가, 아니면 절주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게 얼마 전인데, 결국 나 스스로 자신에게 한 약속을 깨뜨린 것이다. 이유와 명분은 차고 넘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 선거로 그 중 하나다. 어제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만나 한 잔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모임을 주도한 친구는 아예 그걸 명분으로 달았다. 윤.. 2022. 3. 12.
‘소래포구’에서 소래포구.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오랜 만에 오니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작은 시골 어시장 같았던 곳이었는데, 사람도 많고, 아파트도 빽빽이 들어서고, 도로도 넓직하게 뚤려있고… 완전히 달라졌다.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지경으로 복잡하다. 옛 정취가 사라진 것에는 좀 실망스러웠으나, 모든 게 다 변하는 세상에 소래라고 옛날 그대로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인천 사는 친구의 초대로 많이들 모였다. 마산중학교 동기들이다. 까까머리의 소년들이 이제 70 나이를 넘긴 노인들로 앉았다. 앉자마자 시작된 술판은 길게 이어졌다. 횟집에서 싱싱한 주꾸미와 새조개를 안주삼아 마시다 길거리 막걸리 잔술로까지 이어졌다. 일부는 가고 나머지는 중국집에서 빼갈로 마무리했다. 조그마한 ‘사고’가 생겼다. 두 친.. 2022.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