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거리 전주식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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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

저자거리 전주식당(1)

by stingo 2025. 3. 16.

그럴듯한 대폿집을 찾아 능곡시장통을 헤매고 있었다. 이런 짓 해보기도 간만이어서, 선배와 후배, 나 셋이는 발품을 꽤나 팔면서도 낄낄대며 재미있어 했다. 동태탕을 잘 한다고 매스컴에 소개된 할머니식당으로 거의 합의를 보고 갔지만, 문이 닫혔다. 오후 4시까지만 한다고 대문 한 구석에 조그많게 적혀 있었다.
이제 그 위쪽으로 가면 여자들이 술 따라주는 이상한 술집들이 있는 곳이다. 거기야 갈 수가 있나. 그래서 아래 쪽으로 내려오다 ‘전주식당‘이라는 조그만 간판아래 숨겨진듯한 밥집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 아래 파는 음식들을 적어놓았는데, 가짓 수가 많다. 나는 조기구이를 보고 구미가 당겼다. 이제 저자거리를 갈만한 곳은 거의 다 다녀봤으니,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들로 모아지고 있는 터였다.

주인 아주머니는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가 우리들을 맞았다. 식당은 텅 비었다. 아마 우리들이 오늘 첫 손님이 아닐까 할 정도로 파리를 날리는 곳 같았다. 빼빼한 몸매에 안경을 낀 아주머니는 흡사 국민학교 선생님 같았는데, 우리들을 보자마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여선생님 같았다.
이래라는 주방 아래 좀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라는 것이었고, 저래라는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우리들로서는 끽 소리 못하고 앉으라는 자리에 앉았다. 골초인 선배는 마츰 담배를 꺼내다가 아줌마 그 소리에 슬그머니 담배를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뭘 시켜 먹을까로 매뉴판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밥 먹으러 온 게 아닌 우리들로서는 안주꺼리를 찾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면서 아줌마에게 물었다. 여기 적혀있는 안주들 모두 다 장만이 되는가. 우리들 그 물음에 아줌마는 여유로운 반응이었다. 아무 거나 시켜 보랑께롱… 국민학교 선생같은 아줌마는 그 사이에 전라도 주모로 변해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나는 저마다 안주 한 개씩을 시키자면서 먼저 조기구이를 집었다. 내가 그러니 선배는 오징어볶음을, 그리고 후배는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우리들 하는 짓을 보고있던 아줌마가 끼어들었다. 아따, 굳이 생선구이를 중복시킬 필요가 모 있오, 조기구이 하나로 하소. 그라모 내 오징어볶음을 좀 양차게 해서 내 놓겄소. 주모의 그 말에 우리들은 토를 달 필요가 없었다.

시킨 안주가 나왔다. 조기구이는 네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좀 컸고 나머지 세 마리는 손가락 정도 크기였다. 아줌마는 조기구이를 내 놓으면서 그 중 큰 거 한 마리를 손으로 덤썽 집더니 나에게 안겼다. 조구 큰 거는 시킨 사람이 먹으랑께롱. 선배 후배 필요 없서, 그래야 이치에 맞제… 그 말에 내가 좀 엉거주춤하자 또 한마디 더 거든다.
아따 뭐하고 있소, 빨리 춤이나 먼저 발라놓으랑께. 시방 안 그라모 묵지도 못해. 선. 후배들 저 눈들 좀 보소… 자 빨리 빨리들 마시이소. 술은 고 뒤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 묵으면 될 것이고…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따라지는 주모의 이런 저런 파격적인 짓거리는 술맛을 나게 했다. 오징어볶음은 주모 말마따나 양이 푸짐하고 맛이 있었다. 시킨 건 두 가지 안주였는데, 그밖에도 나오는 게 많았다. 계란탕도 나오고, 홍어회도 몇점 나오고 콩나물과 취 등 몇가지 나물도 나오고. (to be continued)






#전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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