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춘몽.’
나는 이 노래를 한번 크게 멋지게 부르고 싶었다.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술을 몇잔 마시고 불렀다.
같이 간 일행이 저 양반 왜 저러지 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꽃다운 이팔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
‘화류춘몽‘은 일제시대 술과 몸을 파는 기생이 부르는 노래다.
하루에도 몇번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신세를 한탄하는 노랫말이,
그 시대 풍의 신파조 멜로디에 어우러져 구성지기 짝이 없다.
이 노래는 그러니까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여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봄날의 꿈(春夢)’인 것인양
역설적으로 미화해 부른 일종의 신세타령인 것이다.
이 노래를 그래서 퇴폐스럽고 천박하다며 알로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 노래는 그 시절 실제 기생질을 한 이화자가 불렀다. 그러니 여자 노래다.
그런데 노래방엘 가다보면 이 노래를 남정네들이 부르는 경우를 가끔씩 목도한다.
주로 나이든 분들이 한잔 술에 취해 부르는데, 언젠가는 젊은 청년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술에 취하지도 않은 말짱한 자세와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에 뭐랄까, 묘한 매력이 있어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 노래를 한번 불러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 건 그 청년의 노래를 듣고난 후 였다.
한 소절을 불렀는데, 좀체 흥이 나질 않는다.
나이 들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려면 흥이 받쳐줘야 된다. 흥은 술의 주기에 올라탈 수 있고,
또 스스로 부르면서 엮어지는 경우도 있다. 2절로 들어가면서 내가 느끼기에 왠지 흥이 살아나고 있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가사를 보며 읊어가다,
가사내용에 감정이 실리면서 절로 흥이 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연지와 분을 발라 다듬는 얼굴 우에 청춘이 바스러진 낙화 신세…”
’화류춘몽‘은 1940년대 이화자가 부른 이래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이미자도 불렀고,
조미미, 김용임, 유지나도 불렀고, 하여간 이름께나 있는 여자가수들이 거의 가 불렀다.
나는 이들 중에 민 희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https://youtu.be/s_XoQ30bSBY?si=hMaqWeRNHWKw1BSN
https://youtu.be/Ki71O52kPEg?si=sYW0-Gdd8NY9vJSN
#화류춘몽#이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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