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다시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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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다시 다가오다

by stingo 2025. 3. 18.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 책이 한 30년전 쯤 붐을 일으켜 고대 로마 열풍을 몰아온 적이 있었다.
이런 시류에 둔감한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고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이 나에게 다시 다가온 건 한참 세월이 흐른 2007년 경이다.
매주 북한산을 가는 고등학교 산행모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있는 병만이가 어느 날 이 책을 배낭에 넣어왔다.
그리고는 ’삼각산’ 뒷풀이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는 마치 지가 로마의 모든 걸 알고있는양 ‘썰‘을 풀었다.
당연히 그 바탕은 이 <로마인 이야기>였다. 이 책을 극찬했고, 시오노 나나미를 극찬했다.
나는 그때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 몇천년 전 로마를 지금에 끌어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나는 이런 생각이었다.
내 무반응에 병만이는 그 몇주 후에 그동안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 몇권을 가져와서는 나에게 안겼다.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배낭이 무겁다는 걸 핑계로 딱 한권만 집었다. 그게 몇권인지는 모르겠다.
그걸 집에 갖고와서는 어느 날 무료하던 차에 펼쳐 보았다. 그 책에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 관한 부분이 들어 있었다.
그걸 읽어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 이후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
읽기는 읽었는데 두서가 없었다. 그저 권수에 관계없이 구해지는대로 읽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갑자기 읽게된 배경으로 말하자면 주저없이 ’아피아 가도‘를 꼽는다.
하지만 지금 머리 속에 그 책에 관해 남아있는 건 없다.
시오노 나나미가 움베르토 에코에 비견되는 대단한 작가라는 것,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가 좋은 책이라는 것 외에 딱히 남아있는 건 없다.

그런 나에게 어제 <로마인 이야기>가 다시 다가왔다. 나 좀 가져가 달라는 투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누가 그 책을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나는 <로마인 이야기>가 몇권으로 간행됐는지 모른다.
어제 내놓은 그 책은 1권부터 11권까지, 모두 11권이었다.
한번 찾아보니 한길사에서 출간한 <로마인 이야기>는 18권으로 돼있다고 한다.
그러니 어제 내놓은 책은 7권이 빠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1권부터 11권까지 결본없이 구비된 것만해도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것들은 11권까지를 본 후에 생각하면 될 것인데, 물론 이건 하나의 가정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사정이나 상황을 감안할 때 11권까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엊저녁 이 책을 마두역에서 픽업해 집으로 들고오느라 얘 좀 먹었다.
포장지 비닐끈은 손가락을 쪼여드는데 바람은 왜 또 그리 심하게 부는지…
집으로 오면서 문득 대처해야할 게 하나 생각났다. 마누라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그걸 궁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책을 내다버릴 처지에 있으면서 또 책을 한 가득 사서 들고 갔으니, 마누라가 기겁할 일 아닌가.
집에 도착하는 10분 내에 아무튼 말을 지어내야 했던 것이다.







#로마인이야기#시오노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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