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40 '필동선배' 정주식 회장의 자서전, <靑峰自傳> 책이 나왔다. 일 시작한지 일년하고도 두달이다. , 청봉 정주식 회장의 자서전이다. 나는 이런 글을 처음 써봤다. 정 회장은 나의 고등학교 대선배이다. 지난 해 1월 어느 날, 선배 사무실이 있는 필동에서 나를 처음 만난 날인데, 나를 콕 집어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겉보기로 한갓 보잘것 없고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마다의 삶과 인생에는 그 나름들로 광대무변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을 쓰면서 욕심을 좀 내보기도 했다. 역사의 올바른 기록이라는 차원에서 나름으로 노력을 해봤는데,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기, 그러니까 기존의 관행이라든가 장벽이 정말 두껍다는 걸 절감했다. 지난 11일 선배.. 2025. 3. 22. 화 류 춘 몽(花 柳 春 夢) ‘화류춘몽.’ 나는 이 노래를 한번 크게 멋지게 부르고 싶었다.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술을 몇잔 마시고 불렀다. 같이 간 일행이 저 양반 왜 저러지 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꽃다운 이팔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 ‘화류춘몽‘은 일제시대 술과 몸을 파는 기생이 부르는 노래다. 하루에도 몇번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신세를 한탄하는 노랫말이, 그 시대 풍의 신파조 멜로디에 어우러져 구성지기 짝이 없다. 이 노래는 그러니까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여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봄날의 꿈(春夢)’인 것인양 역설적으로 미화해 부른 일종의 신세타령인 것이다. 이 노래를 그래서 퇴폐스럽고 천박하다며 알로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 노래는 그 .. 2025. 3. 21. ‘손글씨’ 쓰기 아침에 난감한 기분에 젖었다. 뭔 일을 하는데 되지를 않는 것이다. 할 수 있던 일인데, 오랜 기간 잘 하질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면 될 일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천천히 하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그보다는 먼저 절망감이 드는 것이다. 아, 이런 것 조차가 이제 잘 되지를 않는다는 그런 절망감… 그것은 다름이 아닌 손글씨를 쓰는 일이다. 대구 동생에게 우편으로 뭘 보낼 생각으로, 곁들여지는 짤막한 몇 글짜를 쓰고자 하는데, 글이 쓰여지지를 않는 것이다. 우선 종이를 놓고 펜을 들면서 마음이 들떠기 시작했다. 이건 손글씨를 써야하는 처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나는 손글씨를 잘 쓸 수가 없다는 어떤 선입관 같은 것이랄까…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물론 난관이 있다. 손떨림이다. 이건 예전에 많이.. 2025. 3. 20.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다시 다가오다 시오노 나나미의 . 이 책이 한 30년전 쯤 붐을 일으켜 고대 로마 열풍을 몰아온 적이 있었다. 이런 시류에 둔감한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고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이 나에게 다시 다가온 건 한참 세월이 흐른 2007년 경이다. 매주 북한산을 가는 고등학교 산행모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있는 병만이가 어느 날 이 책을 배낭에 넣어왔다. 그리고는 ’삼각산’ 뒷풀이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는 마치 지가 로마의 모든 걸 알고있는양 ‘썰‘을 풀었다. 당연히 그 바탕은 이 였다. 이 책을 극찬했고, 시오노 나나미를 극찬했다. 나는 그때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 몇천년 전 로마를 지금에 끌어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나는 이런 생각이었다. 내 무반응에 병만이는 그 몇주 후에 그동안 읽었던 .. 2025. 3. 18. 시든 蘭이 꽃을 피웠다 오늘 아침, 성모상 쪽에 뭔가 시선이 당겨지는 게 있었다. 난 화분이다. 가서 보았더니, 어라, 난이 줄기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오래 전, 지 스스로 시들어 버리기에 그냥 지 알아서 하라고 거의 내버려둔 난에서 꽃이 핀 것이다. 꽃 색깔이 곱기는 한데 좀 복잡한 느낌을 준다. 담홍색이랄까, 뭐라 표현하기가 마땅찮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 고초의 시간 속에 꽃을 피우려 애를 쓴 흔적이 묻어났다고나 할까. 그런 마음으로 꽃을 보니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난을 방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성모님께) 죄스런 생각에 나름으로 노력을 했다. 일정한 주기로 (꽃피우는 아이가 되어) 물을 주기도 했지만, 살아나리라는 희망은 솔직히 엷었다. 며칠 전 한 조짐은 있었다. 시든 줄기에서 망울이 맺히는 것이었다... 2025. 3. 17. 저자거리 전주식당(1) 그럴듯한 대폿집을 찾아 능곡시장통을 헤매고 있었다. 이런 짓 해보기도 간만이어서, 선배와 후배, 나 셋이는 발품을 꽤나 팔면서도 낄낄대며 재미있어 했다. 동태탕을 잘 한다고 매스컴에 소개된 할머니식당으로 거의 합의를 보고 갔지만, 문이 닫혔다. 오후 4시까지만 한다고 대문 한 구석에 조그많게 적혀 있었다. 이제 그 위쪽으로 가면 여자들이 술 따라주는 이상한 술집들이 있는 곳이다. 거기야 갈 수가 있나. 그래서 아래 쪽으로 내려오다 ‘전주식당‘이라는 조그만 간판아래 숨겨진듯한 밥집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 아래 파는 음식들을 적어놓았는데, 가짓 수가 많다. 나는 조기구이를 보고 구미가 당겼다. 이제 저자거리를 갈만한 곳은 거의 다 다녀봤으니,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들로 모아지고 있는 터였다.주인.. 2025. 3. 16. 이전 1 2 3 4 5 6 ··· 2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