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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봄날의 눈바람 아침 산책 나갔다가 눈바람과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일기예보를 보고 나가면서 그래봤자 3월 중순 봄 아닌가, 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달랑 하나 걸치듯 입고 나간 홑점퍼 사이로 찬바람은 쑤셔들고,눈보라로 눈을 뜰 수가 없다.아이쿠! 싶어 바쁜 걸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언제 그랬냐는듯 창밖은 개고 있었고, 거실엔 햇빛이 고양이 오줌 싼듯, 딱 그만큼만 스며들어 와서는 막 자리잡으려 하고 있었다.#3월눈바람 2025. 3. 29.
사진, 사진기, 그리고 라이카(Leica) 나에게는 시절병 같은 게 있다. 사진에 대한 갈증으로 엮여지는 ’병’이다. 사진기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이즈음은 다시 라이카에 꽂혔다. 라이카 특유의 ‘경조흑백‘이 돋보이는 Leica X-Vario가 있지만, 너무 흑백에만 몰두하다보니 좀 질린 측면이 있다. 그래서 라이카 Q3 쪽으로 구미가 당겨진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너무 비싸다. 포기의 수순이다. 이 카메라가 생각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듯 분수를 알자, 분수를 알자며 욕구를 담금질하고 있다. 나를 그렇게 다그치는 것, 그럼으로써 현실을 꼬집어가며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랄까. 그런 한편에서 그 대용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게 있다. ​라이카에서 유저들을 위해 개발해 내놓은 ‘라이카 럭스(Leica Lux)’ 앱이다. 이 앱으로 각종의 라이카.. 2025. 3. 28.
人影이 엷어져가는 고향의 쓸쓸한 그림자 고향엘 가도 이제는 만나보게 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절감한다. 쓸쓸한 고향의 그림자다. 나보다 윗분들은 이제 거의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그렇지, 가만 생각해보니 단 한 분도 없다. 내 또래 친구들은 어떤가. 친구들도 많이 저 세상으로 가고 없다. 남아있는 친구들도 거의 다 운신이 자유스럽지 않다. 아프거나 몸을 사리거나 하기 때문이다. 딴에는 모처럼 고향에 왔다고 전화질을 해서 친구 불러내기가 이제는 수월치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이즈음은 고향에 가면 일이 있을 때면 일만 후딱하고 올라온다. 올라가는 차 시간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간이 좀 남으면 혼자 고향의 옛 선창가나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인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서로 기억을 더듬으며 뭔가를 맞춰보고는 그저 쓸.. 2025. 3. 26.
'필동선배' 정주식 회장의 자서전, <靑峰自傳> 책이 나왔다. 일 시작한지 일년하고도 두달이다. , 청봉 정주식 회장의 자서전이다. 나는 이런 글을 처음 써봤다. 정 회장은 나의 고등학교 대선배이다. 지난 해 1월 어느 날, 선배 사무실이 있는 필동에서 나를 처음 만난 날인데, 나를 콕 집어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겉보기로 한갓 보잘것 없고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마다의 삶과 인생에는 그 나름들로 광대무변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을 쓰면서 욕심을 좀 내보기도 했다. 역사의 올바른 기록이라는 차원에서 나름으로 노력을 해봤는데,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기, 그러니까 기존의 관행이라든가 장벽이 정말 두껍다는 걸 절감했다. 지난 11일 선배.. 2025. 3. 22.
화 류 춘 몽(花 柳 春 夢) ‘화류춘몽.’ 나는 이 노래를 한번 크게 멋지게 부르고 싶었다.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술을 몇잔 마시고 불렀다. 같이 간 일행이 저 양반 왜 저러지 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꽃다운 이팔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 ‘화류춘몽‘은 일제시대 술과 몸을 파는 기생이 부르는 노래다. 하루에도 몇번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신세를 한탄하는 노랫말이, 그 시대 풍의 신파조 멜로디에 어우러져 구성지기 짝이 없다. 이 노래는 그러니까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여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봄날의 꿈(春夢)’인 것인양 역설적으로 미화해 부른 일종의 신세타령인 것이다. 이 노래를 그래서 퇴폐스럽고 천박하다며 알로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 노래는 그 .. 2025. 3. 21.
‘손글씨’ 쓰기 아침에 난감한 기분에 젖었다. 뭔 일을 하는데 되지를 않는 것이다. 할 수 있던 일인데, 오랜 기간 잘 하질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면 될 일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천천히 하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그보다는 먼저 절망감이 드는 것이다. 아, 이런 것 조차가 이제 잘 되지를 않는다는 그런 절망감… 그것은 다름이 아닌 손글씨를 쓰는 일이다. 대구 동생에게 우편으로 뭘 보낼 생각으로, 곁들여지는 짤막한 몇 글짜를 쓰고자 하는데, 글이 쓰여지지를 않는 것이다. 우선 종이를 놓고 펜을 들면서 마음이 들떠기 시작했다. 이건 손글씨를 써야하는 처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나는 손글씨를 잘 쓸 수가 없다는 어떤 선입관 같은 것이랄까…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물론 난관이 있다. 손떨림이다. 이건 예전에 많이.. 2025.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