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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날 아침에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기가 송구스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근엄한 자세로 몰두한 채 성경을 보고 있었다. 손때로 낡아 보이는 성경책 곳곳에는 붉은 밑줄들이 그어져 있었고, 아주머니는 성경을 읽으면서 때때로 메모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부활절 날이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내가 아침에 지나가는 말로 귀뜸을 주기는 했다. 그걸 한 귀로 흘려버리고 나는 국회도서관에 와 앉았다. 부활절 아침, 혼자서 성경을 저토록 열심히 읽고있는 아주머니를 보니 뭔가 뜨끔한 생각이 든다. 다니엘, 너는 무엇이고, 너는 누구인가? You Daniel, what are kind of you, and who are you,?... #부활절 2024. 3. 31.
루르드 성모마리아 발현을 다룬 ‘베르나데트의 노래(The Song of Bernadette) ‘베르나데트의 노래(The Song of Bernadette).’ 오늘 오후를 이 옛 영화를 보느라 보냈다. 1943년에 나왔으니, 내가 태어나기전의 영화다. ‘베르나데트’라는 이름 만으로 이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1958년 2월 프랑스 루르드의 미시마엘 동굴에 발현한 성모마리아와 직접 대면해 대화를 나눈 당시 14세 소녀로, 그 후 수녀가 된 베르나데트 수비루에 대한 얘기를 그린 영화다. 나는 예전부터 루르드의 성모마리아 발현과 베르나데트 수녀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경험을 포함해 알음알음으로 적잖게 알고있었던 터라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문득 오늘 영화로 이 얘기를 접하니 감동이 더해졌다. ‘원죄없는 잉태(Immacurate Conception).’ 베르나데트가 .. 2023. 11. 18.
신앙적인 '悔恨' 어제 장모님 하늘로 보낸 후 사흘째, 화정 성당 앞을 지나며 예수님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신앙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카톨릭식으로 치러진 장모님 장례식의 과정 중 나의 행태가 부끄럽게 돌이켜졌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장례식에서의 신앙의식과 관련한 나의 자세와 행태에 관해 부끄러움과 회한적으로 말한다면, 한 마디로 어정쩡함 내지는 심하게 말하자면 무관심이었다. 내가 독실했던 장모님의 사위로서 장례식에 임했던 것을 표현하자면 단연코 그렇다는 얘기다. 카톨릭식 장례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도(煉禱)의 연속이다. 성당에서 나와 바치는 연도는 빈소에서부터 유해가 안치되는 장지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그 과정 과정에서의 연도가 귀찮게 느껴지는 것.. 2023. 8. 17.
다 빈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에서 예수님의 다리는 어디로 갔을까 '모나 리자’와 더불어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을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이 그려진지 50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이 그림을 보려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그려진 후 적어도 50여년 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원래 그림에서 변한 그림을 보고있다고 봐야합니다. 말하자면 지금의 ’최후의 만찬‘은 다 빈치의 오리지널 그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원래 예수의 발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과거 수세기에 걸친 수 많은 걸작들이 그랬듯이 ’최후의 만찬"도 처음 세상에 공개돼 빛을 본 이후 상당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 2023. 8. 7.
3년을 넘어서고 있는 일상의 나의 유일한 ‘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나 주변들에게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근성과 끈기가 부족하다는 것. 곁에서 하도 그러니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는 걸 잘 안다. 공부하는 걸 포함해 뭘 하나 딱 부러지게 매듭 짓지를 못하고 어설픈 것이다. 시작은 그런대로 좋다. 하지만 하다 중간에 포기하는 게 거의 습성처럼 어릴 때부터 몸에 배여있었던 게 그냥 그대로 버릇처럼 이어지고 있었던 것인데, 문제는 내가 나의 이런 습성을 잘 안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그걸 깨우치던 때도 혹간 있었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주로 그러했는데, 그런 처지에서 마음을 새롭게 먹고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 일도 더러 있었다. 이런 경우는 주로 조직생활에서 그랬었고, 개인적인 생활에서 근성과 끈기 없음은 여전히 나의 트레이드 마크처.. 2023. 3. 31.
내 곁의 ‘성모마리아’ 대곡에서 원당으로 가는 전철, 수녀님과 같이 앉았다. 열차를 기다릴 적에도 수녀님은 제 곁에 있었지만, 같이 앉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좀 당황스러웠다. 수녀님은 묵주를 들고계셨다. 항상 그러시겠지만, 막상 묵주를 들고계신 수녀님과 자리를 함께 하고있다는 게 뭐랄까, 어떤 막연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나 또한 묵주를 들고있었다. 손에 가끔 들기도 하였지만, 호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는 묵주였다. 수녀님의 묵주를 보면서 그게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내가 어떻게 수녀님과 같이 묵주를 들고있을 수 있느냐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나는 묵주기도를 하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수녀님이 내 곁에 서 계셨고 같이 열차를 타고 같이 않은 것이다. 나의 ..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