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성모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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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성모마리아’

by stingo 2022. 10. 4.

대곡에서 원당으로 가는 전철, 수녀님과 같이 앉았다.
열차를 기다릴 적에도 수녀님은 제 곁에 있었지만,
같이 앉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좀 당황스러웠다. 수녀님은 묵주를 들고계셨다.
항상 그러시겠지만,
막상 묵주를 들고계신 수녀님과
자리를 함께 하고있다는 게 뭐랄까,
어떤 막연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나 또한 묵주를 들고있었다.
손에 가끔 들기도 하였지만,
호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는 묵주였다.
수녀님의 묵주를 보면서 그게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내가 어떻게 수녀님과 같이 묵주를 들고있을 수 있느냐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나는 묵주기도를 하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수녀님이 내 곁에 서 계셨고
같이 열차를 타고 같이 않은 것이다.
나의 묵주기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내심 곁에 앉은 수녀님에게 신경이 쓰였고
나의 묵주기도가 수녀님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쩔까하는 조바심마저 일었다.

나는 묵주를 들고있는 수녀님의 손을
쳐다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짐짓 곁눈질 하듯 하면서 훔쳐 보았다.
하얗고 갸날픈 손, 그리고 그 손에 쥐여져있는 묵주.
나는 수녀님의 묵주를 보면서
호주머니 속의 내 묵주를 꺼내 손에 쥐었다.
수녀님의 묵주가 나에게 그런 용기를 주었던 것일까.

나는 수녀님의 얼굴이 궁금했지만
바라볼 수도 없었다. 그 또한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수녀님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문득 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내 곁에 앉아계신 수녀님이 성모마리아일 것이라는.

원당역에서 내릴 때 나는 수녀님을 한번 바로 봐야지 했다.
하지만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수녀님을 옆으로 둔 채
앞쪽 열차문만 바라다 보면서는 그냥 나는 내렸다.

열차에서 내리며 성호를 그었다. 열차문을 바라보면서 그었다.
마음은 수녀님을 바라다보고 그은 성호다.
수녀님은 나의 그런 모습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톨릭신앙에서 나는 자유를 추구한다.
그리고 풍성한 자유를 느끼고 구가한다.
내 생각을 한 곳에 모아주기도 하고 해체시켜주기도 하는 그 자유스러움.
생각의 더께를 두터이하게도 하고 가볍게하기도 한다.
그러니 나의 가톨릭 신앙의 요체는 풍성한 자유의 신심이다.
자유,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풀려나게 하는…




새는 새대로,
나는 나대로
자유롭고자 한다

like a bird on the wire
like a drunk in a midnight choir
I have tried in my way to b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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