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넘어서고 있는 일상의 나의 유일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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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넘어서고 있는 일상의 나의 유일한 ‘일’

by stingo 2023. 3. 31.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나 주변들에게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근성과 끈기가 부족하다는 것. 곁에서 하도 그러니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는 걸 잘 안다. 공부하는 걸 포함해 뭘 하나 딱 부러지게 매듭 짓지를 못하고 어설픈 것이다. 시작은 그런대로 좋다. 하지만 하다 중간에 포기하는 게 거의 습성처럼 어릴 때부터 몸에 배여있었던 게 그냥 그대로 버릇처럼 이어지고 있었던 것인데, 문제는 내가 나의 이런 습성을 잘 안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그걸 깨우치던 때도 혹간 있었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주로 그러했는데, 그런 처지에서 마음을 새롭게 먹고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 일도 더러 있었다. 이런 경우는 주로 조직생활에서 그랬었고, 개인적인 생활에서 근성과 끈기 없음은 여전히 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 다녔다.



이런 처지에서 이즈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답지 않은 짓을 하고았다는 걸 알고는 나 혼자 깜짝 놀라곤 한다. 자그마치 3년을 넘어 하고있는 ‘일’이 바로 그것인데, 남들은 그까지 3년 하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일’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묵주기도’가 그 일이다. 하루 묵주기도 5단 바치는 기도를 3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 3월 8일 이후부터 시작한 묵주기도인데, 이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바치고 있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 내가 독실한 카톨릭신자처럼 여기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세레를 받은 신자이긴 하지만, 신자로서의 의무라 할 수 있는 영성체나 고백성사도 하질 않을 뿐더러 교회에도 나가질 않고 그냥 나홀로 맨날 묵주기도 만 하고있으니 반듯하고 정상적인 신자라고 하기엔 남 부끄러운 점이 많은 ‘문제적 신자’라 할까.

이런 점에서 신앙에 관한 한 나는 좀 뻔뻔한 점이 없잖아 있다. 보편적이면서 객관적인 것을 무시하고 나 만의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묵주기도 하는 방법도 그렇다. 예수와 마리아 상 앞에 꿇어앉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묵주기도를 주로 걸으며 한다. 불가피할 경우는 누워서 하기도 한다. 예에 어긋나는 경우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신앙적인 측면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걸 나 자신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이기적이며 편의적일 수도 있을 것인데, 그래서 나는 그런 비난과 책망을 한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묵주기도’는 절실한 심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내가 몹쓸 병을 진단받은 그 다음 날 새벽, 나는 어둠 속에서 성모마리아를 애타게 찾아 불렀다. 마리아가 나를 불렀고, 나는 마리아를 찾아갔다. 성모마리아는 동네의 나지막한 동산에 계시다는 걸 알았고, 나는 그 때부터 매일을 그 동산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바쳐왔던 것이다.
동네 뒤 사통팔달의 농로를 걸으면 어디서건 마리아가 보였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길을 십자로 연결해 ‘마리안 로드’로 명명하고 그 길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걸었다. 이제 능곡 ‘마리아수녀회’의 성당은 내가 살고있는 능곡 토당동의 확장된 길거리에서도 환히 보인다. 그러니 이제는 동네 전체가 나의 기도를 위한 순례길이 된 것이다.    



묵주기도를 매일 바치면서 그 사이사이 56일 간의 ‘9일묵주기도’도 몇 차례 드렸다. 어떤 특별한 마음의 울림이라든가 절실히 바라는 바가 있을 때였다. 9일기도는 그때그때 내 마음을 잡아주고 다독거려주는 하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있다.

3년이 지나면서 아내는 다행히 건강을 찾아가고 있다. 성모님은 나의 이기적이고도 편협한 신앙심을 그래도 다잡아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매일 찬송과 희망을 담아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매일 바치는 나의 묵주기도는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나의 묵주기도 속에는 그런 바람도 담겨져있다.

오늘은 금요일, ‘고통의 신비’ 날이다.
“예수님 저의 죄를 용서하시며 저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소서, 아멘!”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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