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ief'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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匿名으로 걷다 매일 걷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1년이 훨씬 지났다. 그렇게 마주쳤으면 이제는 서로 아는 체의 목례도 있을 법 한데 아직도 서로 모른 채 지나친다. 아주머니의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표정이다. 표정이 없는 상태로 그저 앞만 보고 걷는 듯한데, 또 어찌보면 뭔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걷는 듯 하기도 하다. 무슨 관계랄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아주머니와 나는 1년이 넘게 그 길에서 서로 마주치면서도 모른 채 걷고있다. 그런 상태이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아주머니를 마주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 아주머니가 오른 손에 항상 묵주를 들고 걷고있기 때문이다. 나의 오른 손에도 묵주가 들려있다. 나는 아주머니와 마주칠 때면 항상 아주머니 손이 들고있는 묵주를 본다. 그리고는.. 2021. 10. 31.
다시 '황금 빛' 성당 성당이 황금 빛으로 감싸였다. 모처럼 보는 광경이다. 오늘 새벽 나의 '마리안 로드(Marian Road)' 산책 길의 '마리아수도회' 성당의 모습이 근자에 보는 것과 달랐다. ​ ​ ​ 올해들어 성당의 새벽 미명이나 이른 아침의 모습이 지난 해와 사뭇 달라져 그걸 얼마 전에 지적한 바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 ​ ​ 엷은 어둠 속 길, 성당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어느 새 날이 으슴프레 밝아지면서는 노란 색을 띤 엷은 은빛의 성당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길을 바꿔 성당을 왼쪽 곁으로 보고 걷는 길에서 점차 황금의 태양 빛으로 물들여져 갔다. ​ ​ ​ 머얼리 하늘에서는 해가 떠 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어느 순간 성당은 흡사 황금 빛으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아침 햇빛은 엷었는.. 2021. 10. 28.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내 집 거실엔 보기에 두 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듯 합니다. 가톨릭의 표상인 십자가 예수와 성모마리아 상이 있고, 그 맞은 편엔 불교의 관음보살이 앉아있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걸려져 서로를 바라다 보고있습니다. 내 신앙의 깊이에 대해 나 스스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가톨릭입니다. 그러니 좀 이상하다할 것이지만, 물론 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내 집 거실의 '관음보살도'를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 ​ ​ ​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정수로 단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꼽혀집니다. 어제 일짜 조선일보에 그 '수월관음도'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 한 점이 올려져 눈을 황홀케 했습니다. 현존하는 고려 '수월관음도'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일본.. 2021. 10. 25.
'9일 묵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 오늘, '묵주의 9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 ​ 올해 처음 드렸던 '묵주의 9일 기도'다. 어제까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몰랐다. 오늘 새벽 눈을 뜨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그 날이라는 걸 알았다. 도저히 집에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명의 바깥으로 나가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바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 ​ ​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바깥은 쌀쌀한 날씨에 맑다. 머얼리 '마리아수도회' 성당의 모습이 미명 속에서 아른거린다. ​ '9일 묵주기도'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늘 그렇지만, 기도라는 게 하나의 시험대같은 느낌이다. 그 시험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있는 심정으로,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기도를 바쳤다. ​ 그동안 무사하게 기도를 드리게 해 주신 예.. 2021. 10. 18.
재미있고 심오하고 슬픈, 조선의 초기 천주교신자들의 세례명(聖名) 지난 3월 천주교 전주교구 초남이성지 조성 중 우연히 발견된 230년 전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1759-1791)과 권상연의 무덤은 한국 천주교회와 학계에 흥미있는 연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 ​ ​ 우선 윤지충의 무덤에서 발견된 사발백자誌石의 글씨를 다산 정약용이 썼을 것이라는 주장(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이 제기된 것이 그 중 하나인데, 이는 정 교수의 십여년에 걸친 다산의 생전 서체 찾기와 맞물리면서 다산의 서체와 여러 각도에서 비교해 봤을 때 정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일보 10월 11일짜 보도) ​ 그런데 한편으로 윤지충의 사발백자지석문을 보면 다소 생경한 한문이 보인다. 지충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글 가운데 '聖名'이라는 것과 '保祿'이라는 한문이 그렇.. 2021. 10. 13.
능곡 ‘마리아수도회’ 성당 능곡 ‘마리아수도회’ 성당. 아름다운 이 성당을 조망하는 곳은 나로서는 두 군데다. 집 뒤 농로에서와 대장천변이다. 아파트 뒤 농로길은 내가 따로 ‘마리안 로드’로 명명해 걷는 길인데, 거의 매일 새벽이나 아침, 바라다보면서 왔다갔다 한다. 대장천변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근자에 하고있는 일 때문에 자주 들리곤 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보여지는 성당의 모습이 아름다워 일부러라도 찾곤하는 곳이다. 오늘은 천변에 소소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 속에서 바라다보는 성당 풍경이 참 정갈스럽게 다가왔다. 아래는 망원으로 당겨 찍은 성당본당의 모습이다. 2021.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