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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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신 통닭

by stingo 2024. 3. 29.

어제는 모처럼 선.후배와 만났다. 술이 빠질리가 없다.
그들은 내 처지를 모른다. 지난 연말에 만나 실컷 마신 후 처음이니,
내가 그 동안 술을 아조 절제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리가 없다.
선배가 계시는 파주 야당으로 갔다.
선배는 목로주점 풍의, 우리 정서에 맞는 감자탕집이 있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크고 넓직한데다 테이블이 레트로풍이랄까,
아무튼 실내구조가 맘에 들었을 뿐더러 감자탕 맛도 좋았다.
술잔이 돌면서 나도 한 잔은 받았다.
잔들을 부딪친 후 나는 잔을 입에 대고 살짝 맛만 다신 채 내려놓았다.
선배가 이상한 시선을 보내길래 자초지종 술을 절제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난리(?)가 났다. 네하고 마시려고들 모처럼 이렇게 모였는데, 안 마신다니 말이 되는가,
대충 이런 식의 질책 아닌 질책이었다.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수다로써 대체했다.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소주 서너병을 비우고 나오니, 선배가 다시 인근 생맥주집으로 이끌었다.
5백짜리 생맥주를 그래도 세 개를 주문했다. 거기서도 나는 생맥주를 맛만 보았다.
자리가 파해 일어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포장된 두툼한 뭔가를 나에게 안긴다.
뭐냐고 했더니, 선배를 가리키며 저 분이 주라기에 그런다고 했다.
선배를 쳐다보니 이런 말을 했다.

“니는 오늘 술 대신 통닭이다. 집에가서 잘 볽아 묵고 천년만년 살 지어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통닭을 맛을 보더니 맛있다고 하면서 세 등분으로 나눠 놓았다.
이게 어쩌면 오늘 나의 일용할 양식일 수가 있겠다.







#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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