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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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sity

꿈, 2題

by stingo 2021. 8. 21.

어젯 밤에 꾼 꿈이다.

0... ‘덕산온천’이 나왔다. 덕산, 덕산 어디서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덕산온천이 왜 꿈에서 어른거렸을까. 찾아봤더니 충남 예산의 덕산마을에 있는 온천이라고 나와있다.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예산의 그곳에 가본 적은 없다. 꿈은 이랬다.

작은 아들이 어느 방에 누워있었고, 나는 그 아이를 돌보고 있었던가 뭔가 그랬다. 자식이 말했다. “아부지, 우리 덕산온천에 가서 땀 좀 세게 뺍시다.” 아들의 그 말에 내가 뭐라 대꾸한 기억은 없다. 아들이 덕산온천을 가 땀을 빼자고 한 말만 뚜렷하게 남았다. 꿈에서 깬 후 뭔 꿈이 이런가 싶고 개운치 않았다.

필시 개꿈일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어떤 일을 떠 올린다. 십여년 전 더운 한 여름날 밤, 거실에 잠자리를 깔고 누웠는데, 작은 아들이 일을 마치고 들어왔다. 아들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둥 마는둥 하더니 갑자기 잠자리 내 옆에 눕더니 나를 파고든다. 안 하던 짓이다. 깜짝 놀라 아들을 깨우려고 하는데, 아들이 갑자기 몸부림 치듯 말했다. “아, 덮다, 덮다. 아부지 어디가서 땀 좀 푹 빼야겠소.” 아들에게서 술냄새가 진동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아들에게 사고가 닥쳤다.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늘 아들이 오면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0...친구와 놀러가고 있었다. 동해 어딘가 명소다.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면서 기분들이 상쾌하고 좋았다.

그런 가운데 그 친구가 내곁에서 유달리 주변을 기웃거린다. 언뜻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모처럼 만난 그 친구 기분을 어떻게든 좋게해주고 싶었다. 내가 친구에게 말을 한다.

"거기 생활은 어떤가?" 나는 내가 말한 '거기'가 어딘 줄 꿈 속에서는 알고 있었다.

친구는 "그저 그래"하며 웃었다.

"먹는 것도 좋고 모든 게 다 편할 터인데 네 표정은 그렇지 않다. 무슨 일이라도 있냐?" 내가 또 물었다.

친구는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거기서 살아가는 게 다 그런지 잘 알고 있으면서 니가 그리 물으니 내가 할 말이 없다. " 나는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아차! 했다.

친구가 어디 있는 줄 뻔히 알면서 그렇게 물은 게 말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해 친구와 내릴 차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내렸다.

그런데 친구는 차에서 머뭇거린다.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손목에 찬 시계도 기웃거린다.

"왜 안 내리냐?"고 내가 물었다. 친구는 아참,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내려서도 친구는 자꾸 주변을 둘러본다.

그 때 내 눈에 익숙한 차 한 대가 근처에서 보였다. 다른 친구의 차였다.

어, 하며 내가 그 차를 가리키려 하자 친구는 마치 못볼 것을 본듯해 하는 표정이다. 친구와 함께 그 차 곁으로 갔다.

차에는 다른 친구가 또 다른 친구 여럿과 타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아니 여기는 웬일?"

그랬더니 그 친구는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다 알면서 무슨 말을 하고있느냐는 표정이다.

함께 간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 하며 다시 물었다. "우리들이 여길 오는 걸 알고 온 것이냐?"

운전대에 앉은 그 친구는 도시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곁의 친구에게 말했다.

"웃긴다. 쟤 왜 저러냐..."

알고보니 친구는 그 친구들까지 불렀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 그 친구는 곧잘 그랬던 것이다.

나에게는 둘이 간다 해놓고 막상 가보면 다른 친구들이 먼저 와 있을 때가 허다했다.

일종의 과시욕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고, 혹간 친구의 그런 습성을 지적하고 나무라기도 했다.

그 때마다 친구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며 반문도 했지만 그냥저냥 넘어가곤 했다.

꿈에서 나는 그런 친구를 또 나무랐을 것이다. 왜냐면 친구의 얼굴이 꿈속 내내 어둡고 우울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세상 뜬지 3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가끔 꿈에 나타난다. 요즘들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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