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Leica, 그리고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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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Leica, 그리고 ‘회장님’

by stingo 2021. 12. 11.

어떤 노인 분이 만나자길래 갔다. 왜 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그 분 사무실엘 갔더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젊은 학생으로 보였다.
그 분은 나더러 곁에 앉으라고 했을 뿐, 그 학생을 소개시키지는 않았다.

​테이블에 웬 낡은 듯이 보이는 카메라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라이카를 오래 만져온 나로서는 한 눈에 봐도 어떤 카메라인지 알 수가 있었다.
라이카(Leica)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렌즈를 본체에 나사처럼 돌려 끼우는,
스크류 마운트 타입(screw mount type)의 IIIF 라이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낡았다. 낡은 카메라 본체에 비해 렌즈는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렌즈도 어떤 건지 대강 눈에 들어온다. 그 렌즈는 Red-scale Elmar 50mm.

나로서는 좀 뜬금이 없었다. 젊은 학생과 라이카 카메라를 놓고 앉은 자리에 나를 왜 불렀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분이 학생에게 물었다. 얼마라고 했지?
그 말로 미뤄 감이 잡혔다. 아, 저 카메라를 저 학생으로부터 사려고 하는구나 하는.
그러면 나를 부른 게 카메라를 사는데 어떤 도움을 얻기위한 것이었던가.
그 분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와 명색도 그렇고, 설마 그럴리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시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는 느낌. 그래서 나는 그 분을 만나러 달려왔던 것이고.

​그 분의 물음에 학생은 좀 미적거리고 있었다. 가격을 말하기가 좀 쑥스러웠던지,
아니면 가격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 그냥 알아서 달라는 것인지 아무튼 표정과 태도가 그랬다.
학생의 그런 태도를 물끄러미 보면서 그 분이 상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는데, 돈이었다.
주머니 깃에 살짝 비치는 것으로 보아 5만원 권으로 주머니 안에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세고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돈을 꺼내는데, 나는 그게 얼마인지 대략 감이 왔다. 240만원.

나는 카메라 가격으로 좀 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를 다시 한번 보아도 아주 낡아 보였다.
결국 내가 주저없이 끼어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카메라를 들고는 살펴본 것이다. 역시 많이 낡았다.
손질의 흔적이 거의 보이질 않는, 어디 오랫동안 쳐박혀있다가 꺼내진 카메라 같았다.
군데군데 녹이 쓸어있었고, 몇 군데 굵직한 스크래치와 찌그러진 덴트가 있었다.
한마디로 오래 됐다는 것 빼놓고 어떤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라이카였다.
나는 렌즈를 카메라에서 뽑은 후 하판을 열고 카메라 안을 들여다 보았다.
커텐은 주름 투성이였고, 부품 사이사이에도 녹이 쓸어있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렌즈는 깨끗했다.

​그 분에게 살며시 말했다. 많이 낡았고 험합니다. 240만원은 좀 과한 것 같습니다.
학생은 내 말을 눈치채는 듯 했다. 나에 대한 시선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분은 돈을 손에 쥔 채 그러면 어떻게?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있는 가격을 얘기했다.
60만원이면 족할 것입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고, 학생은 원망에 찬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분은 돈을 만지작거리며 어떡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하더니 이런 말을 한다.
어린 학생이고, 또 멀리서 왔는데... 그 분의 그런 말로 미뤄 240만원을 그냥 다 주려는 듯 했다.
나는 비싼데, 비싼데 하는 생각과 함께 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그 분을 바라봤다.
그 분은 그런 나를 지긋한 눈길로 바라다 보고 있었다.  

​오늘 새벽 잠에 꾼 꿈이다.
그 분이 누구였던지 기억이 또렷하다. 이름만 들어도 다들 잘 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그러나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된 회장님이었다.
그 회장님이 왜 꿈에 나에게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다. 나로서는 꿈에서 깬 후 한참 동안을 어리둥절해 했다.
그 회장님이 왜 내 꿈에 나타났을까. 필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에 연계해 이 꿈은 용꿈일까, 개꿈일까. 설사 용꿈이라도 이렇게 떠벌였으니,
이미 개꿈이 됐을 것이다. 근데 단숨에 나온 숫자 240과 60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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