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의 <좌파論語>(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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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주대환의 <좌파論語>(2014)

by stingo 2022. 4. 14.
孔子의 〈論語〉는 인간으로서 말문을 열어 인간으로 마무리를 짓는 인간중심의 위대한 經典이다. ‘學而時習之’라는 배움에서 시작해서 사람을 알아보는 ‘知人’으로 끝을 맺는 게 논어다. 논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仁’이다. 공자는 仁에 대해 “愛人, 즉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타고난 착한 성품을 그대로 지녀서 배운 바와 도덕규범을 지켜 널리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는 敷衍은 후에 朱子가 공자의 ‘仁者’에 빗대 말한 것이다.
 
논어는 사람으로서 仁을 견지하면 근심 걱정이 없고, 언제나 떳떳한 삶을 당당하게 살아간다며 仁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상사회 건설의 첫 걸음도 仁이다. 어진 사람이 어질지 못한 사람을 지도할 수 있다면 온 천하가 바르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세상살이는 쉽지않고 인간관계 또한 팍팍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인간 심성의 '仁'의 결여도 그 한 바탕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근자에 仁을 중심으로 한 논어를 오늘의 현실에 되살려 공부하고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오늘 서재 한 구석에서 그가 오래 전에 펴낸 책 한 권이 지금에사 눈에 들어온다. <좌파 論語>. 2014년에 출간된 것이니, 그가 그의 私塾격으로 서울 가회동 ‘북촌학당’을 열고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주 대표 나의 고등학교 2년 후배로 좀 알고 지낸다. 당시 그의 '북촌학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적잖은 지인들과 함께 논어를 공부하고 익히며 실천에 힘을 쏟고 있었다. 아울러 SNS를 통해 논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지금도 그 학당을 하고있는지는 모르겠다.
 
<좌파 論語>는 당시 그가 논어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모은 것인데, 〈좌파 논어〉라는 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1970-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90년대 이후 진보정치권에 몸담았던 것을 포함한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그의 저간의 편력 속에서 논어에 대한 주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주 대표의 소년시기 학창시절을 포함해 40여 년간을 파고든 논어 공부의 소산이다. 주 대표는 논어의 핵심사상인 仁을 타인과 인류에 대한 사랑과 동정심, 남을 위해 즐겁게 나를 희생하는 마음으로 보면서 이를 ‘솔리대리티(solidarity)', 즉 ‘연대'라는 한 단어로 축약해서 말한다. 연대는 불평등과 부조리 등 자본주의로 인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변화를 꾀하고자하는 사회주의적 가치다. 이런 차원에서 주 대표는 논어를 사회주의 진보적 시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주 대표가 이런 자극적인 제목으로 논어를 평가하는 것이 논어 가치에 대한 편 가르기 시도로 보여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주 대표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仁을 바탕으로 한 평등. 분배. 연대. 소통의 구현을 위한 바람이다. 이런 가치가 어느 이념의 전유물일 수는 없지만, 주 대표는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그 가치의 구현을 바라면서 불평등과 부조리한 우리 사회구조를 간접적으로 질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자 사후 일백년이 지난 후 孟子는 공자의 ‘仁’에 ‘義’를 더한 ‘仁義’를 강조한다. 〈맹자〉 3만6천자 言의 처음과 끝이 仁義에 관한 글이다. 맹자는 그러나 중국에 빗대긴 했지만, ‘仁義’의 가치구현에 걱정이 많았다. ‘仁’을 강조했던 孔子를 그리며 맹자는 “성인이 바로 여기에 사셨고, 성인 가신지 백년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없구나(然無有乎爾). 그렇다면 또한 아무 것도 없겠구나(則亦無有乎爾)”로 〈맹자〉를 마무리한다.
 
논어 가치개념에 대한 좌우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의 구현과 실천일 것이다. ‘좌파 논어’는 孔孟사상의 ‘仁義’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이상사회 건설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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