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1 장한나와 또스토예프스키의 '백치(白痴)' 대학 다닐 적 창신동에서 하숙할 때가 있었는데, 그 시절 유독 배가 고팠다. 선배와 함께 있었는데, 무슨 놈의 하숙집 인심이 그런지 하루 두끼만 주었다. 밥, 그것도 고봉이 아니라 밥 그릇에 살랑살랑 담아주니 배가 안 고플 수가 없었다. 선배와 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서로의 밥 그릇을 비교한 다음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누구든 먼저 밥 그릇을 비우면 빼앗아 먹으려고 한 바탕 난리법썩을 떨던, 그런 창신동 시절이었다. 그 배고픈 시절에 생각나는 책이 있다. 또스토예프스키의 ’白痴’라는 소설이다. 배가 고프면 그 책을 봤다. 그래서 그 책은 잊을 수가 없다. 므이쉬킨이란 이름이 어렴풋이 생각나지만, 그 소설의 줄거리나 내용은 이제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나의 난독증도 작용했었겠지만, 배고픈 상태에서.. 2021. 1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