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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꽃들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하나 아쉬웠던 건, 꽃들 보기가 쉽지않았다는 점이다. 지리산은 주지하다시피 각종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특히 이즈음 세석평전은 奇花奇草의 초여름 야생화들로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물론 우중에다 강풍의 고르지 않은 날씨였기에 활짝 핀 꽃들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꽃들이 너무 빈약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건 산목련이다.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산목련은 특히 노고단을 지나 반야봉 인근에 드문드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병꽃들도 이따금 씩 보였는데, 활짝 꽃을 피운 건 그리 흔치 않았다. 함박꽃과 붉은 병꽃을 접하면 한 사람이 떠올려진다. 지리산을 함께 많이 다녔던 친구, 故 이주흥 변호사다. 이 친구는 어느 해 여름 산행에서 평.. 2022. 6. 10.
북한산 속의 관악산 오늘 북한산. 매서운 추위가 정오 쯤부터 풀어지면서 흐린 날씨 속의 회색 빛 풍광이 좋았다. 포금정사지로 올라가는 어느 지점에선가 머얼리 관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산 아래 과천 삐알에서 십여년을 살면서 오르내린 관악산이라, 산을 오르내리는 내내 내 시야에 어른거렸다. 2022. 1. 15.
일산 대화천(大化川) 고양 일산지역에 산지 근 3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다. 넓디 넓은 고양 땅을 아직 잘 모른다는 얘기다. 나는 지금 살고있는 능곡과 그 이전 살았던 후곡마을을 제하고는 고양 지리를 잘 모른다. 기껏 나가서 간다고 해 봐야 호수공원이나 고봉산 정도다. 고양 일산 지리에 어둡다는 건, 일단 대화 역 그 너머의, 그러니까 서구지역은 그야말로 나에겐 미지의 땅이라는 말과 통한다. 대화 역 너머는 여즉껏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곳에 킨텍스도 있고, 고양종합운동장 등도 있는데 말이다. ​ 이번에 '고양시니어클럽' 쪽 일을 하면서 의외로 고양 일산지역의 여러 곳을 많이 알게됐다. 내가 살고있는 능곡 인근의 대장천(大壯川)도 알게됐고, 대장천의 자연습지도 그 덕에 많이 가봤다. 그저께는.. 2021. 11. 24.
제주 4題(4) - 술, 에피소드 산행을 중점으로 한 우리들 여행의 첫과 끝은 술이었다. 최소한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당연히 나이 탓일 것이다. 예전의 경우 산이 있는 목적지에 도착한 그 날 밤에는 당연히 술이 따랐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작취미성으로 산을 오르는 게 허다했다. 한라산을 오르기로 제주도를 가면서 친구들 각자의 어떤 결심(?) 같은 게 있었을 것인데, 그 중 하나는 당연히 禁酒였을 것이다. 하기야 비단 여행 뿐만 아니라 이즈음 술 마시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양과 관계없이 여행 길에 술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점심 먹으러 서귀포 이탈리안 레스트랑인 '젠 하이드어웨이'에 갔을 때 잠시 술 문제로 수근들 거렸다. 파스타와 피짜에 와인을 마시느냐, 생맥주를 마시느냐. 결국.. 2021. 11. 7.
제주 4題(3) - 송악산 올레길 제주도를 가는 목적이 다양하고 여럿일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한라산 등반일 것이다. 우리들도 물론 그랬다. 그러니 한라산 등반 외의 다른 일정은 소소한, 그리고 끼워넣기에 불과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정이 예상 외의 재미와 가치를 발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알았다. 제주에 송악산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가 그랬다. 일정을 짠 친구는 물론 알고있었을 것인데, 아무튼 그 친구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산이었다. 송악산은 산이다. 높은 산은 아니다. 물론 한라산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산이기에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인데, 이번에 가서 느낀 건 산이라기 보다는 걷기에 산길과 전망이 아주 좋은, 제주 특유의 오름같은 산이었다... 2021. 11. 6.
제주 4題(2) - 漢拏山 백록담 등정 결과적으로 한라산 백록담 등정을 마치고 내려온 지금 생각을 해보면 무리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애시당초 우리들이 백록담을 오르기로,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성판악을 기점으로 한 산행을 계획한 것부터가 그랬다. 70줄 나이들의 우리들이 왜 그런 무모한 계획을 세웠던 것일까. 여기에는 뭔가 이성적으로 엮여져야 하는 서로들의 생각이 다소 감정적이었던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나왔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로 백록담 등정을 꼽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빠져버린 것이다. 좀 장황해졌지만, 이 말을 우선 꺼낸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한라산 백록담 등정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우리들은 새벽부터 성판악을 .. 2021.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