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with my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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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

Untitled with my backpack

by stingo 2023. 12. 28.

모든 게 다 괜찮았다. 일도 할 만큼 했고, 강남에서 후배들과의 미팅도 즐거웠고, 술도 적당히 마셨고, 정신도 말짱했다. 이제 전철에서 내렸으니 눈 내린 밤길을 좀 걸어 집까지 걸어가면 된다. 그리하여 가쁜한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들여놓고 내려가고 있었다.
중간 쯤으로 내려오고 있을 때 뭔가 어깨가 허전하다. 아니지, 이럴 리가 없다. 모든 게 다 잘 되고있는 것인데 이 무슨 불길한 착각인가.

순간적이나마 낙천 쪽으로 생각을 몰아가고 있을 때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양 어깨죽지를 더듬고 있었다. 없다. 그게 없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백팩 어깨 끈이 만져지지 않는 것이었다. 백팩을 전철 안에 두고 내렸던 것이다.

정신이 하애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오르다가 위에 계신 분으로부터 제지를 받고는 내려가 다시 그걸 타고 올라와 전철 승강장 앞에 섰다. 전철은 벌써 떠나가고 없는데, 거기 서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얘기를 장황스럽게 펼쳐놓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전철에 두고내린 백팩을 찾았다. 다음 차를 타고 대화 역으로 가 찾은 것이다. 자정을 조금 넘긴 대화 역은 마지막 약수까지 가는 열차 만 남겨놓은 채 업무는 거의 닫은 상태였다. 역무실로 가야할 것인데, 대화 역 구내를 몇 바퀴를 돌았지만 거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 개찰구 옆의 비상벨이다. 그 벨을 눌렀더니 사람이 나왔다. 역무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맞은 편 개찰구의 비상벨 옆 쪽으로 들어오면 된다고 했다. 한 직원이 앉아 있었는데, 흡사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사유를 얘기했더니, 몇 가지를 묻는다. 내용물은? 태블릿과 키보드, 그리고 약간의 서류. 직원은 아무 말 않고 일어서 뒤 쪽 벽으로 가더니 뭘 들고왔다. 푸른 색 내 백팩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백팩을 찾은 것인데, 찾고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만일 백팩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니 그랬다. 찾았으면 그만 아닌가며 ‘만일’을 전제로 한 그런 쪽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했지만 잘 되질 않았다.

내가 탄 전철에는 나 외에 딱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여자 분은 백팩을 가슴에 부여안고 쓰다듬고 있는 나를 좀 이상하게 보았을 것이다.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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