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건망증,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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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건망증, 건망증, 건망증...

by stingo 2024. 1. 30.

집 현관을 나서려는데, 운동화 한 쪽 신발끈이 풀려져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엉거주춤한 상태로 그걸 짜매려다 잘못 건드려 끈들이 서로 엉켜져버렸다.
그냥 서서 할 일이 아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현관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끈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단단히 다시 맸다.

그리고 다시 현관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 든 보온병을 식탁에 두고 온 것이다. 오늘 점심양식인 바질빵과 함께 마실 커피다.
또 다시 집으로 들어가 보온병을 챙겼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능곡역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건널목에서 파란불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뭔가 가슴 속이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그랬다. 오늘 분 심장 약을 먹지않은 것이다. 그걸 먹으려 다시 집으로 간다?
말이 안 된다 싶어 그냥 약은 하루 건너뛰기로 하고 건널목에 섰다.
그런데 그 때부터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이 밀려왔다.
약을 안 먹어 그런가 하는 생각과 함께 주치의 당부사항이 떠올랐다.
끼니는 걸러더라도 약은 반드시 제 때에 맞춰 먹어라는 것. 그래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그 때 안방 화장실에서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몇 차레 내가 들락거리는 걸 모를리가 없었다.
약을 챙겨먹으려 다시 집으로 들어온 나를 보고 아내가 이런다.

"오늘은 그냥 나가지 말아요. 벌써 몇 번씩이나 나갔다 들어오고, 나갔다 들어오고.
아무래도 뭔가 일진이 좋지않은 것 같으니 오늘은 그냥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나 또한, 뭔가 오늘 아침이 이상타는 느낌과 함께 아내 말처럼 그런 생각이 없던 건 아니다.
그래도 집에서 하루 종일 있으며 풀어져있는 것 보다는 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 다시 백팩을 매고 집을 나섰다.


맞은 편 가운데 끝 자리가 내가 원래 앉던 자리다.


도서관 입구 사물함 앞에서 몇번이고 확인하면서 도서관가방에 챙겨넣을 것 챙겨넣고
도서관으로 들어와 올라왔다. 내가 거의 고정석처럼 앉던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
구석진 곳이라 평소에 비어있는 자리인데, 하필 오늘 어떤 여자 분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떡하니 앉아있다.
할 수 없이 나는 그 맞은 편 구석자리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소지품들을 하나 하나씩 꺼내 일 할 준비를 하는데, 또 뭔가 빠졌다.
볼펜이다. 사물함 앞에서 몇번이고 확인했던 물품 중의 하나가 바로 볼펜인데, 그 게 빠져있는 것이다.
도리가 없다. 다시 사물함으로 내려가 볼펜을 가져오는 수밖에 ...
오늘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볼펜을 도서관 사무실에서 하나 빌렸다




#일진#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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