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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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의사들…

by stingo 2024. 2. 22.

0… 6월 심장스텐트 재시술을 거의 각오하고, 오늘 그거 재확인하려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반전, 그것도 어이없는, 코미디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주치의가 나 아닌 다름 사람의 차트로 나를 진단한 결과라는 게 극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내가 이상하다며 따질 때가지도 이 젊은 의사 양반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저가 그렇게 애길하지 않았냐, 그 왼쪽 혈관이 안좋아 따뜻한 날 골라 시술하기로...
여기 PC에 다 기록돼 있습니다... 운운.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결코 없다.
15일 정기진료 왔을 적에 느닷없이 들었을 뿐이다.
나는 또박 또박 의사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얘기를 해 봐야 의사 양반의,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겠냐,
오히려 내가 뭐가 잘못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포기할까 하는 순간이었다.
이 의사가 골똘히 모니터를 주시한 후 갑자기 어, 이게 뭐가 잘못됐습니다 한다.
다른 사람을 나로 오인한 것이다. 이름이 같고 나이도 같아서 그만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흔하디 흔한 김영철이라는 이름이 불씨가 된 것이다.

그 말에 맥이 탁 풀렸다. 어이가 없어 잠시 의사를 쳐다봤더니,
그 때서야 사과를 한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자신의 실수임을 자인한다.
나는 그냥 됐소이다 하고 그냥 진료실을 나오려 했다. 그러다 또 뭔가를 빠뜨린 느낌,
그건 다름 아닌 지난 15일 처방해준 약에 관한 것이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알고 처방해준 것이니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의사는 자신의 실수에 관해 그 때까지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처방약과 관련해 의사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하더니 한 가지,
혈압약이 빠졌다며 그것을 추가로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맥이 탁 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 채로 병원을 나왔다.

밖에는 진눈깨비가 질척거리며 날리고 있었다.


0… 오늘 아침 아내와 모처럼 한담을 나누는 자리,
나는 아내더러 '절대로' 아프지 말라고 했다. 아내도 대강 알아듣는 눈치다.
전공의 등 의사들의 말도 안 되는 파업으로 병원에서 줄초상 날 게 예상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들 서민이 버틸 수 있는 건
우야든둥 아프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아내는 내 말에 흐미하게 웃으면서 한 마디.
당신이나 아프지 마소. 오늘 당장 병원 진료가 있는 양반 아이오?




#의사,혹은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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