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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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어떤 인연

by stingo 2024. 3. 29.

어떤 책을 읽고있는데, 이런 글이 나온다.
후에 목회자로 존경을 받았던, 6.25 때 남하한 어떤 분이 환도 후 연세대 신학대학을 고학생으로 다녔지만
학비가 없어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 앞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정 구걸을 하고 있었다.
내남없이 어려웠던 그 때인지라 구걸이 잘 될리가 없었다.
행인들의 무관심에 낙담하고 있던 그 때, 어떤 중년신사 한 분이 그 처지를 묵묵히 지켜보다 다가와서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지금 가진 돈이 없다. 내가 메모를 한 장 써줄 터이니,
이걸 갖고 당시 반도극장(지금의 피카디리) 사장에게 가보라”고 했다.
그 분은 그 메모를 갖고 반도극장 사장에게 갔다.
사장은 그 메모를 읽은 후 두 말 없이 학비를 넉넉하게 주었고,
그 분은 그 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 분은 장성환 목사(1929-2014)였고,
그 메모를 써 준 분은 바로 아동문학가였던 마해송(1905-1966) 선생이다.

이 글을 읽다가 어떤 묘한 인연 같은 걸 느꼈다.
마해송 선생에 관한 글을 쓰다가 커다란 착오를 일으켜 그 글을 접었던 것이라 그렇다.
선생을 어느 다른 분과 착각을 한 것인데,
글을 다 쓰고난 후 어떤 영감 같은 게 있어 뒤져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의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책의 이 글을 읽고서 마해송 선생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나 궁금한 건 학비를 넉넉하게 대 준 1950년대 초 반도극장 사장이 어떤 분이었던가 하는 것이고,
그 분이 마해송 선생과 어떤 관계였을까 하는 것이다.      

이 글은 신복룡 정치학자의 자전에세이 <인생은 찬란한 슬픔이더라>에 나온다.
책은 ‘글을 읽다’에서 출간했는데, 여기 김예옥 사장이 나에게 한 권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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