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휴관 1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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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휴관 1년 6개월

by stingo 2021. 8. 23.

국회도서관 문 닫은지가 1년 6개월이 넘어간다.

코로나 때문이라면서 문을 때려 잠궜다.

유흥업소도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영업을 한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은 무슨 절대 금기지역인지 방역수칙도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이라면 국립중앙도서관도 닫아야 한다. 하지만 거기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국회도서관처럼 문을 닫지는 않았다.

이 놈의 나라에서는 시방 코로나를 걸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광화문도 못 나가게 하고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도서관도 못 가게 한다.

그러고서는 정작 국회의원과 보좌관, 국회직원들은 언제든지 열람과 대출을 할 수 있게하고 있으니,

이 무슨 몰염치한 처사인가.

국회라는 곳은 어디보다 국민이 우선이어야 하는 곳이고 언제든지 개방되어야 하는 곳이다.

권위를 내세워서는 결코 안 되는 곳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어떻게 문 닫는데만 급급했지,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민 편의를 위해 도서관을 개관하려는

노력은 한 치도 엿보이지 않은데서 그게 드러난다.

그러니 코로나로 인한 국회도서관 휴관이라고 하지만

그 저변에는 뭔가 권위의식 같은 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언론에서도 다루기 시작한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올바른 지적이고 비판이다.

'국회'라는 이름에서 어떤 권위 같은 게 느껴지니 차제에 도서관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

국회도서관보다는 국민도서관으로 하자.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8/21/DB6VO5VJZRDYHJPG44WS6MT5AQ/

 

휴관, 휴관 또 휴관… 국회도서관 문은 왜 1년 가까이 닫혀 있나

휴관, 휴관 또 휴관 국회도서관 문은 왜 1년 가까이 닫혀 있나 아무튼, 주말 연간 방문 이용자 100만명 대책 없는 휴관에 불만 폭발

www.chosun.com

 

 

나는 국회도서관을 오래 다녔다.

거기서 책도 보고 책도 썼다.

나의 卒著 <그곳에 馬山이 있었다>를 쓴 곳도 국회도서관이다.

나에게는 그곳이 느지막한 나이에 다니는 '대학'이었던 것이다.

내 지갑에는 아직도 국회도서관 식권이 들어있다.

한 스무 장 된다.

한 1년 6개월 동안 사용을 하지 못했는데,

도서관이 문을 계속 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아래 글은 국회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 적은 것이다.

나의 '국회도서관 대학'

가방끈이 그리 길지 않다. 대학만 나오면 그래도 그 게 어딘가 하던 시절에 거기까지는 어쨌든 다니기는 했지만, 그 후로 그 이상의 학교 문턱은 가보지도 못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그 정도면 나에게는 마츰 맞는 것이고 오히려 공부라는 측면에서는 과분하다는 느낌도 가져 보았다. 물론 가방끈과 관련해 좀 아쉬웠던 적은 있다. 나이가 좀 든 후 하던 일을 바탕으로 어디 학교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원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여겼고 졸업장 하나 어찌어찌 해서 받으려는 등의 무리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세월 이런 세월 다 지난 이즈음 '학교'를 나가고 있다.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다. 아침 밥 일찍 먹고 가방 챙겨 거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 이 학교의 그레이드를 어떤 수준으로 해야 할까. 대학원을 못 다닌 만큼 대학원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그 건 좀 허세인 것 같아 그저 나의 딱 가방끈 수준인 대학으로 여긴다.

그 대학이 어딘가. 바로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대학이라고 하니 마치 이곳에 가르치는 교수들도 있는 것 처럼 들리겠지만 당연히 교수는 없다. 혼자서 읽고 공부하고 글쓰기를 한다. 처음부터 그럴 요량으로 다닌 것은 아니다. 하루 이틀 다니면서 스스로 뭔가 자신에 대한 나름의 어떤 강제감을 갖자고 해서 붙여본 것이다. 하기야 뭐 대학이 별 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 그곳이 대학 아니겠는가.

그러고보니 사회에 나와 이 대학 말고 또 한 때 섭렵한 대학이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 대학'이다. 여기는 2000년대 초반 광화문을 제 집 드나들듯 하다 나 스스로 '등록'한 곳이다. 지금은 어떻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그곳에는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거기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 껏 읽는다. 짬짬이 짜투리 시간을 내어 읽다가 재미에 빠져 나중에는 하루 종일을 죽치기도 하면서 한 일년을 보냈다. 솔제니친이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에 빠져든 게 그 곳이다. 교보문고를 떠 올리니 문득 배고프면 끼니를 해결하던 곳 이름이 생각난다. '멜로디스'였을 것인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도서관 대학은 교보문고 대학보다 당연히 크다. 책이 많기 때문인데, 그 많은 책이 바로 교수이고 선생이다. 이곳에서 하는 공부는 자유스럽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 무작위적으로 집혀지는 책도 관심이 들면 본다.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쓰다 지겨우면 잠도 잘 수 있다. 하시로 배를 채울 곳도 있고, 잘 가꿔진, 자연스런 풍광의 정원도 있다. 교직원 역할을 하는 상냥한 직원들도 있다.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에 견줘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곳을 학교로 여기고 나오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걔중에는 좀 오래 다니다 보면 안면이 익어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그 중의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한 분은 나보다 선배다. 그 분의 자리는 일층 메인 홀에 고정돼 있는데, 항상 그 자리다. 나보다 항상 먼저 등교하고 나보다 늦게 하교 한다. 가끔 정원을 산책하는 것 외에는 붙박이 처럼 앉아서 책을 본다. 언젠가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가 싶어 지나치면서 살짝 엿보았더니 야마오카 소오하치의 '대망'이었다.

한 여학생 할머니는 이층의 붙박이다. 복도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항상 책이나 신문 등을 겨드랑이에 낀 모습이다. 이 분은 시사에 관심이 많은지 디지털 미디어 전광판에서 신문 검색하는 모습이 잘 눈에 띈다. 젊은 아가씨 학생도 있다. 무슨 글을 쓰는지 항상 글을 쓴다. 내 곁의 어떤 분은 책은 잘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뭘 쓰는 것도 아니다. 이 분은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긴다. 이처럼 각양갹색 학생들의 모습이다.

내 자리는 대개는 이층이다. 사회. 자연.인문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 방의 한 자리인데, 나의 고정석이 아니다. 자리가 좋아 조금 늦게 오면 먼저 온 사람의 차지가 되어있다. 최소한 아침 9시 이전에 도착해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높다. 그 경쟁에 스트레스가 좀 생겨 얼마 전에는 3층으로 옮겼더니 이곳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번 잡은 외진 자리가 좋아 그 다음 날 갔더니 이미 남의 차지다. 그렇다고 다른 자리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좋다. 그리고 붐비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 가더라도 자리 못 잡을 일은 없다.

근자에 나는 이 대학에서 조선 역사를 다시 대하고 있다. 정도전을 읽었고, 지금은 정조시대를 그리고 있는 '자저실기'를 보고 있다. 재미가 솔솔하다. 저녁 무렵이면 '티벳 사자의 서'도 함께 읽고 있다. 좀 무겁다.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이 좀 많아진다. 하지만 내일 아침은 말짱해질 것이다. 다니는 대학이 있기 때문에..

(2016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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