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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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82

모처럼의 종로 낮술 어제 모처럼의 종로 행. 김포 후배의 무사귀환(?)을 낮술꺼리로 삼아 0.1톤 일산 후배가 자리를 주선해 한 잔하려 나갔다. 종로통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종로 3가에 보쌈골목이 있다는 건 어제 처음 알았다. 한 낮인데도 손님들로 복작거리는데,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인근 파고다공원에 같이들 계섰던 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워 낮술을 즐기려 온 것 같다. 굴 보쌈이 싱싱하고 먹음직하다. 소주 안주로는 딱인데, 각 먹거리들의 비율이 좀 그렇다. 이를테면 푸짐한 돼지고기에 비해 생굴무침은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들은 그래서 생굴무침을 별도로 시켜먹었다. 소주 각 한병 씩 걸치고 거나한 채로 인사동 쪽으로 가 오랜 만에 학고재 골목을 걸었다. 이 골목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귀천’ 아닌가. 지금.. 2023. 2. 17.
고양 일산에 살다 고양에 산지 30년이 다 돼 간다. 1995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었을 때, 분당과 일산을 두고 아내는 저울질을 꽤 했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비튼 게 나다. 일산 쪽으로 가자는 것. 그래서 택한 곳이 고양의 능곡이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 아파트라는 걸 분양받았으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기분양이었던 것인데, 그걸 분양자들이 힘을 합쳐 이겨냈다. 물론 나도 그 때 힘을 보탰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근 30년 가까이 살고있는 게 지금의 아파트다. 분양받고 처음부터 그 아파트에 살았던 건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그걸 전세를 주고 일산 후곡마을로 전세를 가서 5년을 살았다. 거기서 일산이라는 곳에 정을 붙인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산을 좋아하고 아낀다. 내 중년의.. 2023. 1. 21.
친구의 이런 저런 '치매(癡呆)' 얘기들 어제 몇 년 만에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여의도로 나오라길래 나갔더니, 유산슬에 굴짬뽕에 소주 한잔 사주면서 자기 치매 검사 받은 걸 포함해 치매와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만 혼자서 잔뜩 늘어놓고는 무엇에 쫓긴 듯 가버렸다. 나는 무엇에 홀린 기분이었다. ​ ​ 그 친구는 그런 측면이 좀 많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오랜 만에 각중에 연락을 해와서는 서로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자기 말만 잔뜩 늘어놓고 혼자 훌러덩 가버리는 그 친구의 행태가 내 나름으로는 황당했다. ​ 집에 와서 치매와 관련해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 그 친구의 행태를 가만이 생각해보다 문득 집혀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얼마 전 한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놀랄 수.. 2022. 12. 12.
옛날 카메라 만져보기 예전에는 일이 잘 풀리질 않거나 답답할 때는 조작이나 작동하기가 어려운 옛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곤 했다. 특히 잠이 오질 않는 깊은 밤에 마누라로부터 한 소리 들어가며 곧잘 그랬다. 그러면 기분적으로 뭔가 막혔던 게 좀 뚫려지는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걸 느끼곤 했다. 어제 그런 기분으로 오랜 만에 좀 복잡한 옛날 카메라를 꺼내 만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무지 작동법이 생각나질 않아 애를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랬으니, 혹 때려다 오히려 혹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고나 할까. 플라우벨 마키나(Plaubel Makina)라는, 1940년대 말에 나온 주름식 중형 카메라. 이 카메라의 주름(bellows)을 앞으로 당겨 빼내는 방법을 까먹은 것이다. 이래저래 만지고 눌러보고.. 2022. 12. 10.
송년모임, 구두, 혹은 신발 엊저녁, 을지로 순대국 집 ‘산수갑산’에서의 조촐한 송년모임. 주 선배가 좀 늦겠다 하신다. 이유가 사뭇 의미심장(?)하다. "여기, 구두방에 앉았다. 일년을 신고다닌 구두, 광 좀 내려한다. 오늘 문득 보니 구두가 불쌍해 보여서..." 그러고 보니 나는 구두 신은지 오래된다. 작년 5월 큰 애 결혼식, 그리고 지난 11월 초 부산 조카 결혼식 때 한번 씩 신었으니 2년 동안 딱 두 번이다. 그러면 뭘로 신고? 운동화만 신고 다녔다는 얘기다. 오늘 아침 불당골을 나와 함께 걸어 올라 온 낡아빠진 나의 운동화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띈다. 우리들 만의 조촐한 송년회. 주춘돈 선배와 친구인 감철희, 그리고 그의 딸자식인 재민 양. 을지로 ‘산수갑산’은 고르고 고른 집이다. 종로나 을지로 인근의 맛집을 나름 .. 2022. 12. 7.
부산 '가정성당' 조카 결혼식 이제는 부산 갈 일이 별로 없다. 어쩌다 한번 씩 가는 건 주로 혼사 때문이다. 어제, 그러니까 12일 부산을 다녀온 것도 조카 결혼식 때문이다. 큰 여동생의 작은 딸 김민지가 결혼을 한 것이다. 여동생도 이제 민지를 치움으로써 자식들 혼사는 마무리한 셈이다. ​ ​ 혼례식은 초량에 있는 '부산가정성당'에서 카톨릭 식으로 열렸다. 민지도 그렇지만, 신랑 또한 독실한 카톨릭신자고, 그 부모님들도 혼례식 내내 지켜보았는데, 신심이 돈독한 것 같았다. 카톨릭 식 혼례는 나로서는 오랜 만이다. 남동생 큰 딸 혼례를 대구 수성성당에서 치른 게 아주 오래 전이다. ​ 미사를 겸한 혼례였기에 나로서는 좀 부담이 됐다. 미사에 참석해본 게 아주 오래됐다. 명색이 그래도 카톨릭신자인 주제에 이상하게 들릴 것이지만, 미사.. 2022.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