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갖진 가을날 아침이다. 아내가 원당시장 장보러 가자고 하길래 따라나선 길, 차 안에서 이수인 선생의 '고향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이 노래를 들으니 문득 아,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어가는 가을 날, 고향을 그리워하는 우리 가곡 중 백미로 꼽혀지는 게 '고향의 노래'다.
선생 뵌지도 꽤 됐다. 매년 가을 고향 땅 마산서 열리는 '이수인가곡의 밤'이 지금도 열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4, 5년 전 열렸을 때 사모님과 함께 참석하신 선생을 뵈었다. 그 때 피날레가 '고향의 노래'였다. 전 출연자와 관객들이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10년도 더 됐다. 그 즈음의 어느 가을 날, 서대문에서 약주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성산동 선생의 자택을 갔었다. '고향의 노래'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왔다. 글을 쓴, 마산 제일여고에 함께 있었던 김재호 시인과의 이 노래에 얽힌 추억담도 선생은 들려 주셨다.
이런 질문을 드렸다. '고향의 노래'를 여러 바리톤과 테너들이 불렀는데, 그들 중 누구의 것이 제일 마음에 드시냐고 물었다. "최현수!." 선생의 대답은 잠시의 뜸도 없이 나왔다. 곁에 계신 사모님 역시 망설임 없이 "그야 최현수지"하며 맞장구를 쳐셨다.
말 나온 김에 또 물었다. 그러면 '내 맘의 강물'은 요? 선생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야 팽재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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