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의 옛 등정기록이 얼마나 있는 줄 모르겠습니다만, 1936년에 나온 이 기록을 읽어보니 재미있습니다. 중국 쪽이 아니라 북한 쪽으로 백팩킹을 해 오른 기록이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방식의 백패킹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것과 관련해 1936년 조선일보에서 민족대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백두산탐험대'를 결성해 등정한 기록인데, 당시 조선일보 서 춘 주필을 단장으로 역사, 생물, 지리 등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해 모두 34인의 대원들이 백두산을 올랐던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이들 '백두산탐험대'는 1936년 8월 7일 경성을 출발해 함경북도 무산까지는 열차로 간 후 농사동을 거쳐 그 후부터는 무봉, 무두봉 등에서 야영을 하며 7일 째 되는 날 드디어 천지에 도착합니다. 그 후 무두봉, 삼지연 등에서 역시 야영을 한 후 , 포태리, 혜산진을 거쳐 경성으로 돌아오는 12박 13일간의 장정입니다. 당시의 이 등정기록을 담아 1989년에 출간 된 책이 '아아, 천지다'입니다. 이 책의 서문을 1936년 당시 25세의 나이로 개성 호수돈 고녀에서 막 교편생활을 시작한 후 이 탐험대에 합류한 류달영(1911-2004) 선생이 쓰고있는 게 인상 깊습니다.
당시 탐험대 단장을 맡았던 서춘(1894-1944) 이라는 분의 이력이 눈에 띕니다. 동경제국대와 교또제국대를 나온 이 분은 3.1운동 전 동경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거친 명망있는 언론인입니다. 하지만 3.1운동 후 일제에 협력해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일을 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친일파이지요. 근데 1989년 간행된 이 책에는 친일행적에 관한 언급은 없이 '당대의 대언론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 역시 백두산을 이런 방식으로 오르고 싶어 이 책을 소중하고 재미있게 읽고 또 읽어보곤 합니다. 백두산을 이런 방식으로 오르는 게 저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입니다만, 이는 두 가지의 버킷리스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민족의 통일이겠지요. 통일이 되어야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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