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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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어떤 만남

by stingo 2021. 5. 1.

한 사람을 만난 게 다분히 '극적'이다. 안성복 선생.

십여년이 훨씬 넘었는데, 근자에 얼마 간 공을 들인 결과다.

 

얼마 전 그리스를 매개로 안 선생을 잘 알고있는 유재원 교수에게 이 분을 물었고,

유 교수가 옛 전화번호로 찾았더니, 찾아지지가 않았다.

갖고 계시는 전화가 011인가 017인가 옛날 전화번호였다.

유 교수는 그밖에 다른 지인들과도 연락을 취해 봤으나 닿지 않았다.

안 선생과 유 교수는 그리스에서 함께 오래 살았다.

 

예전 언론재단에서 같이들 함께 했던, 평촌에서 출판사를 하는 예옥 씨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

또 한 분, 중앙일보에 사진기자로 계셨던 유기성 선생에게 줄을 놓았더니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

이런 기억이 있다.

어느 해 겨울, 임준수 국장이 추자도에서 얼린 방어를 갖고 올라 와 북한산 아래서 함께들 먹었다.

그 때 안 선생, 예옥 씨, 유 선생이 함께 했다.

그저께 광화문 나갔다가 서촌마을 '백석, 흰 당나귀'에 들러 맥주를 마시면서,

유 선생이 준 전화로 걸었더니 연락이 닿았다. 난지공원 산책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있는대로 당장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서촌 '백석, 흰 당나귀'에서 마주 앉았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사실 나는 안 선생에게 한 가지 미안해하는 점이 있다.

언론재단에서 책을 낼 적에 편집을 맡았었는데,

글 취사선택 과정에서 안 선생의 글을 빠뜨린 것이다.

언젠가 인사동 찻집에서 그 때문에 사과를 드린 적도 있었다.

 

안 선생은 파주 쪽에 오래 사신다고 했다. 그러면 나와 거의 같은 지역에서 살고있는 셈이다.

안 선생은 1960년대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조각하시는 분이다.

근황을 물었더니 작품 활동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작품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태도는 여전했다. 성품이 뭐랄까, 곧다.

할 말, 옳은 말은 어떤 경우든 하는 딱 부러지는 성격이다. 좋은 의미로 까칠하시다.

 

언제 작품 한번 보여달라 했더니 시니컬하게 넘겨 버린다. 종용을 했더니 약간 누그러지기는 했다.

나는 그에 더해 작품전을 한번 여시라고 했다.

'백석'에서는 산미구엘 맥주를 마셨다. 선생은 오는 길에 오가피 술을 한번 갖고 왔다.

술을 잘 안 하시는데, 오가피 술은 가끔씩 마신다고 했다.

그렇게들 해서 함께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경복궁 역에서 3호선을 타고 경로석에 함께 앉아오다 경의선 환승역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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