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世說) 한국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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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 한국 가톨릭교회

by stingo 2021. 8. 17.

나는 천주교신자다. 1979년에 영세를 받았으니, 꽤 오래 된 신자다. 그렇다고 신앙이 그리 돈독하지는 않다. 몇번의 냉담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도 나 자신은 늘 그렇게 여긴다. 하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언행의 결정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내 일상의 지침내지 준거로 생각은 하고 지낸다.

나는 말하자면 이런 천주교인으로 가끔씩 당황해질 때가 있다. 어떤 때,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와 사제들 하는 짓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지난 해 4월, 한 독실한 천주교인의 ‘황당한’ 죽음이 있었다. 그 분을 욕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 실명을 밝히겠다. 故 강남수 베드로 옹이다. 이 분의 죽음이 황당했던 것은, 그 죽음이 그 분 스스로 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회통념적으로는 자살이겠지만, 그 분이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그 어떤 소명 의식의 차원에서 단식 끝에 맞은 죽음이었기에 가톨릭교회적으로 자살은 아닌 것으로 나는 믿고있다.

당시 87세였던 그 분의 20여일에 걸친 단식, 그리고 죽음에 이루게 한 그 소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좌경화를 막기위한 것이었다. 그 분은 단식을 시작하면서 손수 작성한 유서에서 그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문재인 정권 및 한국 가톨릭교회의 좌경화에 반대하며, 자신의 한 몸이라도 바쳐 나라와 교회를 구하겠다는 것. 그렇게 해서 강남수 옹은 자신의 신념대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강남수 옹의 이런 죽음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찻잔 속의 태풍’ 격이었다. 좌파세력의 기승 속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일었지만, 뜻 있는 국민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 국한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작 강남수 옹 죽음의 한 표적이랄 수도 있는 우리 가톨릭교회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냉대’요 ‘무시’였다. 나는 그게 궁금해 당시 길지않는 그 과정을 한번 챙겨보았다. 놀랍게도 우리 가톨릭교회 차원에서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심지어는 강 옹이 거의 평생을 다녔던 화곡2동성당에서도 그랬다. 빈소에 신부나 수녀의 모습을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개신교 목사와 스님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강 옹의 그런 죽음에 대해 왜 그렇게 차갑고도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을까. 교회 측에서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그 배경을 알 수는 없다. 간단하고 상식적인 답이 나올 수 있다. 강 옹이 스스로 목숨까지 바쳐가며 주장한대로, 한국 가톨릭교회가 좌경화되지 않았기에 그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 가톨릭교회가 강 옹 주장대로 좌경화를 인정한다는 건 한 마디로 중이 스스로 제 머리 깎는 격일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사제단이 아닌, 일반 평신도들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교회 통념상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을 뿐이지 평신도들 사이에서는 그와 관련해 교회에 불만과 울분을 터뜨리는 분위기는 아주 높다. 오죽했으면, 평신도들끼리 따로 교회의 좌경화를 반대하는 단체까지 결성했으며, 교회의 좌경화를 참다 못해 가톨릭을 떠나는 신도까지 급증하고 있을까. 많은 평신도들 사이에는 교회의 좌경화를 주도하고 있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을 한국 가톨릭의 '전교조' 내지 '민노총'으로 보고있다. 이념에 경도된 젊은 사제들이 주축이 된 '정구사'는 이미 교회 내에서 크게 세력화됐으며, 교회 안팍에서 이들을 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아주 높다.

좀 장황해졌다. 이런 얘기를 길게 쓴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좌경화가 극심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한국 가톨릭교회 내부에 좌파이념으로 물든 세력이 깊고 길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가톨릭신자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런 상황으로 이르게 된 배경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될 한 인물이 있다. 바로 함세웅 신부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이념화에서 절대 비켜갈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타칭으로 함 신부를 그렇게 지목하지만, 본인도 그에 그렇게 강한 부정을 하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이 그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이 함세웅(80) 신부가 며칠 전 텔레비전에 나왔다. 기억하기로 2012년 8월, 44년 사제생활을 공식 정리한 ‘은퇴신부’다. 그 이후 은퇴신부로서의 조용한 사목생활 보다는 첨예한 갈등구조의 각종 사회현안에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정구사’를 이끌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사람이라 그렇다. 그러니 좀 느닷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얼굴을 내비칠 무슨 계기를 더듬어봤으나 감이 잡히질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부 아닌가. 이 양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가톨릭 신부, 그러니까 사제의 처지를 두고 냉정하게 보자면 비판의 소지가 아주 많은 사람이다. 신부가 아니라면 그가 무슨 짓을 한들 누가 뭐랄 것인가.

물론 이 양반은 자신의 언행이 가톨릭신앙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내세운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의 언행이 반가톨릭적, 반민주적이라고 보는 평가가 훨씬 많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그렇게 중시한다면서, 북한은 철저히 외면한다. 종북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리고 그런 편향된 이념을 지향하면서 그 상대적 이념에 대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아주 과격하고 투쟁적이다. 그러니 가톨릭과 자유대한민국에 많은 해악을 끼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정구사’에 치를 떠는 가톨릭신자들이 주변에 억수로 많다는 것을 이 분도 알고있을 것이다.

‘역사는 정의를 향해 흐른다.’ 함 신부를 대상으로 한 이날 대담방송의 타이틀이 이렇다. 방송에서는 타이틀에서 짐작됐든,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자신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면서 이와 함께 자신의 민주화 투쟁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인정되는 부분이 많다. 궁금한 것은 그런 편향적 이념의 자신에게 엄청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담 진행을 맡은 정관용 이 양반에게도 문제가 있다. 함 신부에게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질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양반이 EBS의 주말 황금시간대인 저녁 초대석에 나온 게 좀 느닷없다고 했는데, 친소관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BS 이사장이 유시민의 누이 유시춘이기에 그러는 것이다. 유시춘 이사장이 가톨릭신자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신자라면 이 사람의 성향상 함세웅 계열의 신자가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 신부가 느닷없이 방송에 얼굴을 내민 것에 대해 여러 억측이 있을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함 신부와 평양과의 관계를 고려해볼 때 뭔가 문재인 정권에서 함 신부에게 남북관계와 관련한 모종의 사업에 역할을 부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것이다.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이 하도 의혹스러운 게 많으니, 나로서는 그런 관측까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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