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고향으로부터 한 訃音을 전해 들었다. 향년 87세 조남륭 兄.
형의 목소리를 들은 게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정말 느닷없는 부음이다.
가끔씩 전화를 주시면서 얼굴 한번 봐야지 하셨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황망하게 가셨다.
남륭이 형은 오래 된 도시 마산의 마지막 남겨진 문화. 예술의 지킴이였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마산에 클래식 음악 주점을 열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마산 문화의 한 보루 구실을 톡톡히 했다. 당시 마산 중심가 창동에 문을 연 '음악의 집'은
문학. 음악 등 마산 예술문화, 언론인들의 사랑방이었으며,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마산을 떠난 출향 문화예술, 언론인들 가운데 아직도 '음악의 집'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형은 그 후 자리를 옮겨 창동 골목에 '만초옥'이라는 주점을 내고, 엄학자 형수님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매일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둘이서 창동을 지켜왔다.
옛 사진을 찾아보니 '만초옥'은 2018년 신장개업을 했다.
그 때 '만초옥'에서 형을 만나 신장개업을 축하했고, 그 후에도 한 두어번 형을 만나뵈었다.
전화 속에서 하시던 말씀이 귀에 선연하다. "운제 한번 내리올끼고?..."
그 말씀에 대한 나의 답은 항상 "내리 갈낍니더"였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그닥 지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형의 별세 소식을 이렇게 듣게되니 마음이 무겁고도 죄송스럽다.
삼가 남륭이 형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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