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양평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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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아내와의 양평 나들이

by stingo 2022. 7. 12.

아내랑 작심하고, 이를테면 둘이서 의견을 맞춰 나들이가는 일은 흔치않다. 
서울출신 아내가 경상도 마산사람과 연을 맺은 일종의 업보라 할까. 
더러 어떻게 어떤 일에 엮여 그렇게 되는 수가 있다. 
그러니 그럴 경우 그건 전혀 작의적인 나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다. 
경기도 광주 쪽에 일이 있어 아내 차를 얻어타고 간 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업무의 차원이다. 그런데 아내랑 양평에서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광주 쪽으로 갔는데 어떻게 양평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양평에 아내의 여학교 동기가 살고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이유가 될 것이지만,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아내친구의 남편 또한 나와 친구 사이다. 
그래서 아내와 합이 이뤄져 양평에서 거의 반나절을 보낸 것이다.

친구가 양평에서 산지는 꽤 된다. 그간 몇 차례 한번 들리고자 하는 기회를 엿보왔는데 
잘 이뤄지지 않다가 어제 겸사겸사로 해서 친구집을 들려 함께 어울렸다.

 

 
친구내외로부터 근사하고 맛있는 점심을 얻어먹은 후 우리들은 인근의 용문사로 갔다. 
평일 오후의 용문사는 폭염 속에서도 한적하고 시원했다.
용문사를 갈 적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용문사로 가는 길에서는 웬지 모르게 설악산을 가는 느낌을 갖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 설악을 마음 속으로만 그리워하는 처지에서 용문사 가는 길에서 설악을 느낄 수 있었다는 건 나로서는 가슴을 뛰게하는 일종의 설레임이었다.


친구와 함께 용문사를 오르는 아내는 소녀같이 즐거워했고, 
아내의 그런 모습을 나는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 
산 길 옆 도랑에서 졸졸졸 흘러내리는 용문산 물은 보고 듣기에 신선하고 청량했고, 
우리들은 그 물소리를 들으며 느릿한 걸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용문사 은행나무 바로 아래 맑고 차거운 물이 가득한 소에서 나는 얼굴을 씻었고, 
친구는 발을 담갔고, 그리그리하며 우리들은 한참을 그곳에서 머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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