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1 茶山의 가을詩 '秋興' 가을이 물씬 짙어져 간다. 이른 가을 아침, 벌판에 서서 불어오는 아침 산들바람 속에 몸을 맡겨본다. 몸과 마음이 가을바람에 젖어가면서 나는 가을의 한 가운데 홀로 섰다. 茶山 정약용 선생의 가을 시 한 편 가운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운길산 기슭에 누른 잎 흩날리고(雲吉山前黃葉飛) 소양강 북쪽에 철 이른 기러기 돌아오네(昭陽江北早鴻歸)...' 가을의 흥취를 담은 '秋興'이란 시의 한 구절인데, 전반적으로는 읽으면 읽을 수록 시의 분위기가 사뭇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가을의 흥취하고는 딴 판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울적함이 묻어나는 시다. 나만 그런가. 선생은 깊어가는 가을 속에 뭔가를 결정치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운길산이 있는 고향, 마재로 돌아가고 싶지만,.. 2021. 9.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