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 년 만에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여의도로 나오라길래 나갔더니,
유산슬에 굴짬뽕에 소주 한잔 사주면서 자기 치매 검사 받은 걸 포함해
치매와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만 혼자서 잔뜩 늘어놓고는
무엇에 쫓긴 듯 가버렸다.
나는 무엇에 홀린 기분이었다.

그 친구는 그런 측면이 좀 많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오랜 만에 각중에 연락을 해와서는
서로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자기 말만 잔뜩 늘어놓고 혼자 훌러덩 가버리는
그 친구의 행태가 내 나름으로는 황당했다.
집에 와서 치매와 관련해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한 그 친구의
행태를 가만이 생각해보다 문득 집혀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얼마 전 한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놀랄 수 밖에 없는 얘기였기에, 그 친구로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듣기를 바랬지만, 얘기를 들려 준 그 친구는 자기도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였다.
헌데 재미있는 것은, 어제 그 친구가 자신에게 치매끼가 있다고 한
그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치매끼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치매끼가 있다며 둘러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더 황당해지는 것이다.
어제 만난 그 친구는 얼마 전 구로고대병원에서 치매와 관련한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병원에 간 것은 그의 아내가 끌었기 때문이고 그에는 분명 어떤 사유가 있을 것인데,
그와 관련해서 그 친구는 얼머부렸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것은, 뇌 내부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단백질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그 아밀로이드의 양이나
구성형태가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검사를 해 보니 그 친구의 뇌에 아밀로이드가 허옇게 쌓여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양적으로 많다고 해서 곧바로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친구는 아무튼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아밀로이드와 관련한 치료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 더러로도 병원에 가서 그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 친구의 치매와 관련한 얘기는 간단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듣기로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얘기들이 좀 이상했다.
자기 아내와 아들 딸들에 관한 얘기였는데, 나는 잘은 모르지만
친구 가족들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고있다.
늦게 본 친구의 아들이 올해 32살이다.
중국과 미국에 유학을 보낸 것까지는 알고있다.
그 아들이 국내 어느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일을 너무 잘 해서 그 회사 사장으로부터 총애를 받고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총애를 받고있느냐면, 그 사장이 회장이 되면,
지금 대리 직인 친구 아들을 사장으로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아무튼 친구는 아들 자랑을 좀 과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딸 자랑에다 아내 칭송까지 이어졌다.
내가 듣기에 좀 지겨워하는 것 같이 보였던지,
나에게 말할 기회를 조금 주더니 그것도 잠깐, 계속해서 혼자 떠들어댔다.
그 사이에 우리들은 유산슬 한 접시와 굴짬뽕을 먹었고,
나는 소주를 마셨다. 친구는 딱 한 잔만 나셨다.
내가 두 병째 소주 마지막 잔을 마셨을 때 친구는 혼자 일어서 나가더니
계산을 했다. 그리고는 뭐가 그린 바쁜지 우리 둘은 그냥 헤어졌다.

오늘 아침에 학교 동기 카톡방을 모처럼 들어갔더니,
그 친구가 치매끼가 있다고 지적한 그 친구가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이 두 친구 사이에 내가 끼어있는 형국인데,
나도 정신이 좀 이상해진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41358&cid=60266&categoryId=60266
아밀로이드
아밀로이드(amyloid)는 여러 개의 단백질들이 뭉쳐 섬유 모양을 형성할 수 있는 단백질들의 응집체를 말한다. 세포 바깥으로 분비되는 단백질로부터 형성되며 세포 바깥 공간에 축적되는 것이 전
ter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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