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카메라 만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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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옛날 카메라 만져보기

by stingo 2022. 12. 10.

예전에는 일이 잘 풀리질 않거나 답답할 때는 조작이나 작동하기가 어려운 옛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곤 했다.
특히 잠이 오질 않는 깊은 밤에 마누라로부터 한 소리 들어가며 곧잘 그랬다.
그러면 기분적으로 뭔가 막혔던 게 좀 뚫려지는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걸 느끼곤 했다.
어제 그런 기분으로 오랜 만에 좀 복잡한 옛날 카메라를 꺼내 만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무지 작동법이 생각나질 않아 애를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랬으니, 혹 때려다 오히려 혹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고나 할까.




플라우벨 마키나(Plaubel Makina)라는, 1940년대 말에 나온 주름식 중형 카메라.
이 카메라의 주름(bellows)을 앞으로 당겨 빼내는 방법을 까먹은 것이다.
이래저래 만지고 눌러보고 두드리고 해봐도 도무지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카메라 앞 면의 위 아래 두 개의 작은 버턴이 그 기능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요지부동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러기를 한 한 시간, 마음을 가다듬고 기본구조를 좀 따져보기로 하고 그 버턴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뭔가 잡혀지는 구석이 있었다. 버턴 앞 쪽으로 미세한 홈이 파여져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버턴을 그냥 누르는 게 아니고 살짝 눌러 앞으로 약간 밀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그런 추측으로 그렇게 했더니 쫘-악 하면서 주름이 앞으로 당겨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카메라를 열기는 열었는데 뭐랄까, 갑자기 힘이 쭉 빠지고 허탈감 같은 게 밀려왔다.
이런 거 하나도 이제는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머리조차도 돌아가질 않는다는 자격지심 같은 것.
그래서 그냥 그것으로 끝냈다.
최소한의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도 하지않고 그냥 후딱 접고 싸서 장롱 속에 넣어버렸다.





https://m.blog.naver.com/darby4284/22121765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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